이르면 내년 초 통화 중 실시간으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폰’이 출시된다. 이 스마트폰에는 통역된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능도 탑재된다. 통역 기능 등을 갖춘 AI폰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1월 공개하는 갤럭시 S24에 ‘AI 라이브 통역 통화’ 기능을 탑재한다. 삼성전자는 AI폰이 선보일 첫 번째 서비스로 통역 통화 기능을 소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화하는 사람들이 상대방 언어로 통역된 음성을 서로 전달받을 수 있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AI폰으로 통화하면서 ‘예약해줄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곧바로 ‘Can you make a reservation for me?’로 통역된 영어 음성이 전달될 수 있다. 개인 통역사를 옆에 두고 통화하는 것과 같은 순차 통역이 제공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대화 텍스트로 변환 및 번역된 통화 내용도 실시간으로 뜬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대부분 국가의 언어로 통역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AI폰의 통역 기능은 ‘온디바이스(On-Device)’로 작동된다. 챗GPT 같은 AI 서비스는 모바일·PC 기기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중앙 서버로 보내 분석한 뒤 다시 기기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반면 온디바이스는 기기가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연산한다.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등 보안 문제에서 자유롭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 등이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실시간 통역 통화도 가우스의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엑시노스 2400은 전작 엑시노스 2200보다 AI 성능이 14.7배 향상된 것이다.
AI폰 기술은 스마트폰 진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주자인 애플을 꺾을 기회다. 독자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 등 빅테크들과 협업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폰에 구글 등 협력 관계인 빅테크의 기술을 추가로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의 AP ‘스냅드래곤8’ 3세대도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지원한다.
삼성전자의 공격적 기술 개발에 애플이 어떤 카드로 응수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애플은 현재까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이 AI폰 개발에는 한발 뒤처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챗GPT가 날아올랐을 때, 애플은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입장에선 온디바이스 AI가 주목받는 걸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온디바이스 AI는 TV 등 가전에 폭넓게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 9월 ‘국제가전박람회(IFA) 2023’에서 내년부터 전 제품에 AI 칩을 탑재하고,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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