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된 8일 저녁, 노조원들에게 전달된 지도부 메시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은 “9일 오전 9시 파업 돌입” 지침을 받은 반면, 한국노총 측 노조원은 “9일 총파업 출정식을 취소한다. 모든 조합원은 정상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공지를 받았다. 어제와 오늘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시한부 ‘경고 파업’은 노조 내부의 이견 속에서 이렇게 민주노총 측이 독단적으로 강행한 것이다. 그리된 과정은 이 집단이 합리적 노동운동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임·단협의 핵심 쟁점은 구조조정이었다. 사측은 대규모 누적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2026년까지 인력을 2212명(전체의 13.5%) 줄이는 단계적 감축안을 제시했고, 양대 노총의 연합교섭단과 실랑이를 벌여오다 8일 새로운 협상안을 꺼냈다. 올해 감축 인원을 당초보다 줄이고 나머지 감축 인원은 노사가 함께 재산정하자는 사측 제안에 한국노총 측은 “수긍할 만한 진일보된 안”이라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 민주노총 측은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면서 회의장을 떠났다고 한다.
결렬 후 급히 자체 회의를 연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민주노총 측의 파업 강행 입장에 끝내 공감하지 못해 불참을 선언했다. 이를 알리는 공지문은 “서로 결정을 존중키로 했다”는 점잖은 톤이었지만, 노조 관계자들 사이에선 직설적인 비판이 새나왔다. “이건 직원들을 위한 파업이 아니다.” “노조 간부가 자기 명예를 위해 조합원을 볼모로 잡아서 되겠느냐.” “이 파업으로 당초 지급키로 했던 성과급과 퇴직금이 무산될 수도 있다.” 연합교섭단에 포함되지 않은 MZ세대 직원들의 노조도 “생각보다 좋은 조건인 사측 안을 엎고 나온 정치 파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세 노조가 있다. 그중 두 노조가 수긍한 방안을 민주노총은 굳이 걷어차 시민의 발을 묶는 파업을 강행했다. 조합원을 위한 것이 아닌 파업, 노동계 동반자들마저 공감하지 못하는 이 파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민주노총의 행태는 이제 노동운동이라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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