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산업용 전기요금만 찔끔 인상… 총선 의식한 미봉책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과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전력이 8일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산업용, 그중에서도 대기업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고객(사용량 기준 산업용 전체의 49%)에 한해 9일부터 요금을 ㎾h당 평균 10.6원 올린다. 주택용과 사용량이 일정 기준 이하인 중소기업·소상공인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조절했다는 한전과 정부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의 소폭 인상은 한전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미봉책이다. 내선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전은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적자가 47조원이고, 부채 규모도 올해 상반기 기준 200조원이 넘는다. 차입금이 급증해 하루 이자비용만도 118억원인 심각한 부실기업이다. 회사채를 발행해 부족 자금을 조달해 왔지만 초우량 한전채가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바람에 다른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길이 막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전이 이날 본사·사업소 조직 축소,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력 감축, 일부 자산 매각, 자회사와 해외사업 지분 매각 등의 추가 자구책을 제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요금이 원가에 한참 못 미쳐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불어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산업용, 주택용, 일반용 가릴 것 없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유가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전기 생산에 필요한 석유 석탄 LNG를 전량 수입하는 처지인데 기형적 요금체계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원가에 연동해 요금을 현실화하고 취약계층은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게 정공법이다. 그래야 전력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산업구조로의 개편을 유도할 수 있다. 한전의 빚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고 적자 해소가 늦어질수록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야당도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전기요금 인상의 정치적 부담을 나눠져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