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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소비자 낚는 ‘다크패턴’

한승주 논설위원


‘남아 있는 상품 1개뿐’ ‘300명 동시 주문’이라는 자막에 홀린 듯 버튼을 누르다 보면 어느새 결제 완료. 그런데 정말일까. 매진 임박이라며 소비자를 압박하던 그 문구 말이다. 실은 소비자를 속이기 위한 상술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행하는 눈속임 상술을 ‘다크패턴(dark pattern)’이라고 한다.

2011년 영국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이 만든 용어로 사람을 속이기 위해 디자인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온라인에서 소비자를 은밀히 유도해 물건을 사게 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쇼핑 사이트 1만1000개 제품 페이지를 분석해 보니 11.1%가 한 개 이상의 다크패턴을 이용하고 있었다. 가장 흔한 방식이 마감 임박 정보를 제공해 잠재적인 구매자를 유인하는 것인데 이 숫자는 무작위로 생성되도록 설정돼 있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6일 국내 38개 온라인 쇼핑몰 76개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난 4~8월 5개월 동안 429건의 다크패턴 사례가 확인됐다. 다른 소비자의 구매 알림(71개), 감정적 언어 사용(66개), 구매 시간제한 알림(57개) 등의 순이었다.

심지어 거짓 할인도 있었다. 1개 9410원짜리 보디로션을 ‘1+1’으로 묶어 2만6820원에 판매했다. 소비자들은 1+1이면 당연히 더 쌀 것이라 여기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추어탕 한 팩을 34% 할인해 7000원에 판매한다더니 막상 사려면 5팩 이상을 구매해야 하고, 책상을 싸게 판다면서 다리는 별도로 사야 한단다.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월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약을 자동 갱신하는 것도 다크패턴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다크패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막을 법이 없다. 다크패턴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꼼꼼히 살펴보라는 당부만 하지 말고, 법 개정을 서두를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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