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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매도 8개월간 금지, 총선용 아닌 근본 대책 필요

그동안 제도 개선할 시간 허비한
당국이 선거 의식한 여당에 굴복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잡아야


국민의힘과 정부는 휴일인 어제 비공개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어 주식 공매도를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최근 BNP파리바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사상 최대 불법 공매도 적발 이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공매도 폐지 여론이 재확산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 불합리한 제도를 뜯어고치면 됐지 무려 8개월간 공매도 금지 조치까지 들고나온 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등 3차례다. 모두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한 주가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지금은 딱히 공매도를 금지할 정도의 중대한 위기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여당이 갑자기 밀어부친 공매도 금지 시한이 내년 4월 총선까지 남은 기간과 겹쳐 있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안 발표에 이어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행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생색내기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개인 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하고 상환 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늘리는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경우 담보비율이 여전히 낮은 데다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어 외국인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불법 공매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전산화 또는 대차거래 전용 플랫폼 계약 의무화 등의 건의도 번번이 무시하는 등 허송세월만 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 적발 사건이 터지고 총선이 다가오자 느닷없이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 대책을 발표한 건 포퓰리즘식 정책 횡포나 다름없다. 그간 주가 거품 완화 등 순기능을 해치고 국제표준에 역행한다며 공매도 전면 금지의 부작용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금융위원회는 이날 소신을 버리고 속전속결로 공매도 금지를 의결했다. 총선을 의식한 여당 위세에 밀려 정책 소신까지 포기한 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바로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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