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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주의 바다와 기후변화] 가라앉는 해안도시… 탄소 중립에서 나아가 탄소 네거티브 실현해야


육지얼음 녹으며 바닷물 부피 팽창
해수면 상승땐 해일 피해도 광범위
2100년 28층 높이까지 침수 관측
국내 47% 연안 거주, 이주 불가피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 거친 바다를 달려라 영일만 친구야.” 가수 최백호가 1979년 발표한 ‘영일만 친구’의 가사 일부다. 친했던 영일만 벗을 그린 이 노래로 최백호는 TBC 방송가요 대상 남자가수상을 수상했으며, 이 곡은 포항을 상징하는 대표 노래로 사랑받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이렇게 바닷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친구는 보기 힘들 듯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침수 위험이 연안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해안 100㎞ 이내에 거주하며, 우리나라도 인구 47%가 연안에 거주한다. 유엔 해양아틀라스에 따르면 전 세계 10대 도시 중 8곳이 해안가에 있다. 지구온난화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속된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21세기 말까지 1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주해야 할 수도 있다.


전 세계 해수면 상승

해수면 상승은 육지를 기준으로 잰 해수면의 높이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0년 이후 약 21㎝ 상승했으며, 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져 최근(2006~2018년)에는 연간 3.7㎜ 올라가 20세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는 주된 이유는 수온 상승으로 바닷물이 팽창(이하 열팽창)하고 육지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 바닷물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육지얼음은 그린란드와 남극에 있는 대륙빙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열팽창과 육지얼음의 녹아내림이 해수면 상승치의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했으나,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육지얼음이 점점 더 많이 녹아 현재는 육지얼음이 열팽창보다 해수면 상승에 두 배 이상 더 많이 기여한다. 즉 현재 해수면 상승의 약 30%는 열팽창에 기인하며, 60%는 육지얼음이 녹는 데서 기인한다. 나머지 10%는 토양 수분, 지표수, 지하수 등 육지 물 저장량 변화에 기인한다. 바다얼음은 녹아도 해수면이 상승하지 않는다. 바다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그 부피는 바다 속에 잠긴 얼음의 부피와 같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해수면이 더 빨리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화석연료 이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경제 성장을 이루는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엔 1995~2014년에 비해 0.3~0.6m, 온실기체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배출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에서는 0.6~1.0m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극지역 빙상이 급격하게 녹을 경우 2150년에는 최대 5m까지 해수면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수면 상승 관련 재해

해수면이 지금처럼 빠르게 상승할 경우 연안에 큰 영향을 주어 연안 침식, 습지 범람, 대수층 및 농경지 토양의 소금 오염, 어류·조류·식물의 서식지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해안 가까운 도시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일자리와 산업 인프라가 위협받는다. 도로, 교량, 지하철, 상수도, 석유 및 가스 유정, 발전소, 하수 처리장, 매립지 등 다양한 인프라가 그 대상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폭풍과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해일이 예전보다 내륙 더 깊숙이 밀려 들어올 수 있으며, 조위가 높은 때인 고조 때 해수면이 더 높아져 침수가 더 크고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몰디브와 나우루, 투발루, 피지, 키리바시 등의 섬나라뿐만 아니라 네델란드, 방글라데시처럼 국토 전체가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인 나라에서 대부분 국토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한다. 더 심각한 것은 해수면 상승으로 식량 생산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삼각주는 해수면과 높이가 비슷한 곳에 형성되므로 해수면 상승 위험이 매우 큰데 대부분 삼각주가 곡창지대이기 때문이다. 나일강, 아마존강, 장강 삼각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낙동강, 영산강 삼각주 등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

우리나라 연안 21개 조위관측소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 연안의 해수면은 지난 33년(1989~2021년) 동안 매년 3㎜ 정도 높아져 평균 약 10㎝ 높아졌다. 해역별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동해안(연 3.5㎜)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서해안(연 3.1㎜), 그리고 남해안(연 2.6㎜) 순이다. 울릉도가 연 5.3㎜로 가장 높고 이어 포항, 보령, 군산, 속초 순으로 높다. 우리나라에서 관측기간이 가장 긴 목포는 매년 2.5㎜ 높아져 62년 동안 15.4㎝가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은 미래에는 더 가속돼 2100년에는 최대 8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탄소 감축 노력이 부족한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저탄소 시나리오 대비 2.5배 정도 해수면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면 상승에 더해 기후변화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되면 부산 해운대 등 남해와 서해 해안가에 있는 도시 상당수가 침수 위험성에 더 크게 노출될 것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지속될 변화의 시작일 뿐

현세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지구 환경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인류세라는 지질 시대로 불린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침수, 홍수 등으로 수백만명이 집을 떠나 이주하는 현실을 고려해 현대 사회를 ‘아쿠아세(Aquacene, 홍수세)’로 부르자는 주장이 있을 만큼 해수면 상승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5도 정도 따뜻해진 마지막 빙하기 말에는 해수면이 120m 상승했지만, 현재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은 산업혁명 전에 비해 약 20㎝에 머물고 있다. 이는 열이 바다 심층으로 전달되는 데뿐만 아니라 큰 육지 빙하가 녹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해수면 상승은 앞으로 수백, 수천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 온실기체 배출을 멈추더라도 해수면 상승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지구 역사는 우리에게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다양한 탄소 저감 활동으로 온실기체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게 되는 탄소중립에서 더 나아가 배출한 온실기체보다 더 많은 온실기체를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를 실현해야 한다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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