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담배 유해성 관리법 실효성 높이려면


‘담배 유해성분 공개, 첫걸음 내딛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담배 유해성 관리법’ 제정과 관련해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비준한 지 18년, 2013년 관련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처음 국회에 발의된 지 10년 만에, 그것도 제정법으로 결실을 봤으니 주무 부처로선 상당한 의의를 둘 만하다.

국내에서 팔리는 담배 제품의 유해 성분들은 니코틴·타르 등 8종 외에는 국민이 알 길이 없다. 담배회사는 영업 비밀이라며 철저히 숨겨 왔다. WHO에 의하면 담배에는 4000여 가지의 화학물질과 70종 넘는 발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2년 뒤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시행되면 담배회사는 2년마다 담배 제품의 구성 성분 및 함유량 검사를 해 관련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고 식약처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이 법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빈틈이 있다. 해당 법의 규제를 받는 담배 제품이 한정적이어서 그대로 시행될 경우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복지부 장관의 기고문 제목처럼 첫발을 떼더라도 산뜻한 출발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시행 전 2년간의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최우선적으로 담배의 정의와 관련된 독소 조항을 해결해야 한다. 담배 유해성 관리법의 규제 대상은 담배사업법 제2조에서 정한 담배의 정의(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를 따르도록 했는데, 이에 따라 액상 전자담배는 관리 범위에서 빠졌다. 현재 액상 전자담배 시장은 기존 담뱃잎, 뿌리·줄기 추출 니코틴 제품에서 합성 니코틴 사용 제품으로 완전 대체된 상태다. 합성 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는 담배의 정의에 해당되지 않아 각종 규제와 세금 부과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국내 성인 흡연자 10명 중 1명(사용률 9%, 2022년 복지부 조사)은 액상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특히 예쁜 모양과 화려한 색으로 청소년 및 여성의 사용이 느는 추세다.

업계는 전자담배를 ‘냄새 없고 덜 해롭다’고 홍보하지만 유해성 경감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연구는 없다. 게다가 최근 액상 전자담배가 신종 마약 유통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액상 전자담배가 성분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면 국가가 ‘안전한 담배’라고 주장하는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줄 뿐 아니라 마약 유통 통로를 방치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법 시행 전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를 ‘합성 니코틴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니코틴 사용 제품’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복지부도 담배사업법 개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잘 될지는 미지수다. 그간 담배 규제 정책이 담배회사의 로비와 경제부처의 어깃장으로 번번이 좌절돼 온 것을 익히 봐온 터다.

2년의 시간 안에 하위 법령을 만드는 데도 꼭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에 담배업계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 FCTC 5조3항에 담배회사의 정부위원회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담배 성분 조사 기관은 업계와 관련 없는 독립된 기관이 맡아야 함은 물론이다. 제출을 요구할 성분 항목도 궐련뿐 아니라 시장 내 모든 종류의 담배를 감안해 목록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담배회사는 이 항목을 어떻게든 최소화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법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성분 정보는 제품(브랜드)별로 공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자칫 담배 제품 간 상대적 비교를 하게 돼 국민에게 덜 위험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그보다는 담배 자체에 들어 있는 유해 물질의 종류와 그 성분의 인체 영향을 알려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고 비흡연자의 흡연 시작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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