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전청조 밈

고세욱 논설위원


밈(meme)은 인터넷·SNS에서 퍼져나가는 유행어와 각종 패러디물을 총칭한 용어다.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래됐다. 그리스어 ‘복제(mimeme)’와 유전자 ‘gene’을 합친 조어로 복제하듯 퍼지는 문화 요소나 사상 등으로 소개했다. 오늘날 밈의 원조를 정확히 찾기란 쉽지 않은데 일반인에게 밈을 확실히 각인시킨 이로는 가수 비가 꼽힌다.

비는 2000년대 초 월드스타 칭호를 얻었지만 2010년대 이후 슬럼프에 빠진다. 2019년 개봉된 비 주연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혹평 속에 17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이때 엄복동의 영어 머릿글자인 ‘UBD’ 밈이 나왔다. 1UBD=17만이다. 1700만명이 본 영화 ‘명량’이 100UBD, 한국 인구는 300UBD 식이다. 밈은 역시 흥행에 실패한 비의 노래 ‘깡’으로 번졌다. 유치한 가사, 안무 등을 풍자한 ‘1인1깡’ 밈에 비는 제2 전성기를 맞았다.

밈은 흙속의 진주도 발굴한다. 2000년대 초중반 드라마 ‘야인시대’와 영화 ‘타짜’에 출연한 배우 김영철과 김응수는 작품 속 대사인 “4딸라”와 “묻고 더블로 가”가 10년이 훌쩍 지난 뒤 밈으로 탄생하며 유명세를 탔다. 밈은 재미와 풍자, 불명확성을 자양분 삼아 온라인을 떠돈다.

‘전청조 밈’이 요새 화제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의 전 연인 전청조가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쓴 희한한 메시지 ‘your friend와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에요’가 촉발했다. ‘I am 특가에요’(위메프), ‘우리 patient(환자)와 같이 있으면 I am 행복이에요’(모 병원), ‘2분기 연속 흑자 I am 기대해요’(유진투자증권) 등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세계적 그룹 BTS의 멤버 RM도 최근 귀국 후 ‘I am 한국이에요’ 했으니 전청조 밈의 국제화도 시간문제 아닐까 싶다. 피해자가 있는데 전청조 밈이 유행인 건 문제라는 지적도 있으나 밈의 특성상 엄격한 잣대를 재는 것도 무리다. 다만 황당무계한 그의 사기극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속아 밈의 탄생을 도운 게 씁쓸할 뿐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