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되는 ‘5부 요인·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 만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사실상 처음 소통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만남을 통해 꽉 막혔던 여야 협치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때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피켓 부착 금지, 야유·고성 금지’ 등 ‘신사협정’이 지켜질지 여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내일(31일) 시정연설 때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면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참석하기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사전환담은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직전에 진행되는 국회의 오랜 관례다. 이번 사전환담에는 윤 대통령과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민주당의 이 대표·홍익표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참석한다. 윤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각 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1분씩 공개 모두발언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정부 기념식 등에서 짧게 만나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다. 가장 최근 마주친 것도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과 같은 날 윤 대통령 부친 장례식 조문 때였다. 지난해에는 민주당이 야권을 향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해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 참석 반대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제안했던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동’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 등 협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 대표와 민주당을 ‘종북좌파’나 ‘반국가세력’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안 가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이 참석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정부·여당이 아닌 국민을 보고 윤 대통령에게 협치 기회를 주겠다는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소통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회 지도자들을 만나게 되면 목소리를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시정연설 때 민주당이 여야가 맺은 신사협정을 지킬지 여부도 관심사다.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 회의장에서 피켓을 소지·부착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지난 24일 합의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첫 시험대인 셈이다. 이에 대해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장 안에서는 피켓을 들지 않기로 했다”며 “본회의장 밖에서 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일(31일) 중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정현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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