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이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인 A씨는 시험 문제를 학원에 상습적으로 건네고 돈을 받았다. 원생 모집에 혈안인 학원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유출하고 일종의 ‘급료’를 받은 것이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학원이 지급한 돈을 가족 계좌로 받아 겉으로는 정당한 급여만 받은 것처럼 꾸몄다. 이렇게 하면 소득세율을 낮출 수 있지만 탈세에 해당한다.
A씨와 결탁한 학원도 공범이었다. 학원은 A씨 가족에게 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지급명세서’를 국세청에 제출, 소득 신고 누락을 도왔다. 이들의 탈세 행위는 이상 소득을 인지한 당국의 세무조사로 드러났다.
현직 교사와 학원이 얽힌 ‘사교육 카르텔’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현직 교사 200여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알려진 130여명 규모보다 대상자가 늘었다. 조사 대상 중에는 많게는 수억원까지 학원에서 돈을 받은 교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하게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 학원의 탈세 행위도 적발됐다. 학원비를 현금 또는 차명으로 수령해 수입액을 숨기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한 사례가 다수였다. 직원에게 인건비를 과다 산정해 지급한 뒤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으로 납세 없이 수익을 가로챈 학원도 있다. 국세청은 학원 30여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해 200억원가량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점 세무조사를 통해 70여개 대부업체에서 추징한 약 15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학원 외 스타강사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역시 강도 높게 진행됐다. 국세청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사교육 업계를 포함한 교육 관련 종사자 246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2200억원을 추징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의 다음 칼끝은 주식·코인 리딩방 운영업계로 향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날 신종 탈세 수법을 활용하는 탈세범 105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중 주식·코인 리딩방 운영자가 41명으로 분류상 가장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불안 심리를 이용해 서민들의 돈을 갈취하면서 세금 신고를 누락했다는 점이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들은 수십억원 단위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서민 생활에 부담을 가중하는 민생침해 탈세인 만큼 더욱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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