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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동원 (28) “목사님의 설교 달란트를 땅속에 파묻으시겠습니까”

지구촌 교회 교우인 경기대 총장의
부탁으로 경기대서 설교 봉사로 헌신
첫 목회 할 때의 꿈, 성경 전체 설교
미강해의 본문들 강해하며 소원 풀어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가 지난 2011년 경기대학교 채플에서 설교하고 있다.

은퇴(Retirement)라는 영어 단어는 ‘자동차 타이어를 바꿔 다시 달린다’는 뜻이 있다. 나는 은퇴가 아무것도 안 하는 무위도식의 계절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나이와 건강, 위치에 어울리는 자리에서 자신의 재능과 은사를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 내의 방법으로 하나님 나라와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님 같은 분이 자신의 재능으로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베푸는 것이 아름답기만 하지 않는가. 내가 은퇴할 때 지구촌교회 교우이신 당시 최호준 경기대 총장께서 이런 부탁을 하셨다. “목사님, 목사님의 설교 달란트를 땅속에 파묻으시겠습니까. 경기대 학생들, 그리고 경기대 주변에 새롭게 이사 오는 많은 이들에게 말씀으로 경기대 강당에서 섬겨주시지 않겠습니까.”

기도한 끝에 후임자와 의논하고 교회가 모든 행정적 섬김을 하고 나는 오직 설교 봉사만 하기로 했다. 그동안 섬기던 지구촌교회에는 담임목사의 초청이 있는 교회 행사에만 일 년에 몇 차례 섬기고, 지금까지 매 주일 경기대 강당에서 말씀으로 섬기고 있다.

내가 처음 목회사역에 헌신할 때 하나님이 주신 꿈은 성경 전체를 설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치열한 담임목회의 목회적 필요에 이끌려 설교하다 보면 성경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많은 본문이 있었다.

그동안 다룰 수 없었던 미강해 본문들을 경기대 강당 예배에서 차분하게 설교할 수 있음은 나의 석양의 행복이다. 예를 들어 최근 구약의 민수기 신명기 에스라 말라기 하박국 등을 강해하는 기쁨을 누렸다. 초기 목회 시절 성경을 다 강해하고 죽게 해달라는 소원의 기도를 드린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강해하지 못한 신구약 책들이 꽤 남아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이런 유머를 나눈다. “나는 아직 살아야 할 날들이 꽤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설교하지 못한 성경 본문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에 따라 설교자들이 주제 설교 혹은 제목 설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설교는 아무래도 설교자 의도에 따른 주관이 더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강해 설교의 강점은 ‘본문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설교 준비가 시작된다. 내가 오늘 무엇을 설교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도를 갖고 이에 맞는 본문이나 성구를 찾는 것으로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해 설교는 하나님 말씀을 훨씬 더 말씀 되게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그렇다고 강해 설교가 오늘날 청중의 상황이나 적용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이상적인 강해 설교는 본문 해석과 본문 적용을 각각 절반씩 구성하는 게 좋다고 믿는다. 바울의 로마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등을 보면 원리적 교리 해설이 처음 절반, 그리고 청중에 대한 적용이 다음 절반을 차지하지 않는가. 오래전 이런 설교 철학을 책 ‘청중을 깨우는 강해 설교’에 담았다. 이 책은 아직도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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