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슈링크플레이션

한승주 논설위원


과자 봉지를 뜯으니 부피가 순식간에 절반으로 줄어든다. ‘과자 반 질소 반’에 허탈했던 당신, 왠지 점점 과자의 양이 줄고 있다고 느꼈다면 정확하다. 몇 년 전부터 과자 한 봉지의 양이 줄고 아이스크림 크기는 작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될 듯하다. 지난 20일 정부가 식품회사 16곳의 대표 등을 불러 물가 안정 협조를 당부한 후, 가격은 같지만 양이 줄어든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700원짜리 조미김 중량은 5g에서 4.5g으로 줄었고, 3300원짜리 참치캔은 100g에서 90g으로 작아졌다. 살짝 줄어든 것이라 알아채기 힘들지만 사실 가격이 오른 셈이다.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이다. ‘줄어들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의 인플레이션(inflation) 합성어로 영국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고안했다. 밀가루 설탕 소금 같은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제품 가격을 올리자니 소비자 외면이 두려운 업계의 꼼수 전략이다. 사람들은 가격 인상에는 예민하지만 용량이 줄어드는 건 비교적 둔감하기 때문이다.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도 비슷하다. ‘인색하게 굴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다. 가격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품질과 서비스를 낮춰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단위당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소비자조차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마요네즈에 들어가는 값비싼 계란 노른자의 함량을 낮추는 식이다. 음식 주문 후 배달에 걸리는 시간이 늘고, 서비스센터 상담원이 줄어 예전보다 더 오래 대기해야 하는 것도 이런 현상이다.

이런 일은 불황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다. 프랑스 대형마트 카르푸 매장에는 아예 슈링크플레이션 물건만 따로 모아 놓은 곳이 있다. 기업 명단도 공개한다. 이렇게라도 하면 알아보기 편할 텐데 우리는 개인이 알아서 따져봐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들썩이는 식품·외식물가에 꼼수 인상까지 견뎌야 하는 소비자는 힘들기만 하다.

한승주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