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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시카법, 이중 처벌이 되지 않으려면

이수정(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


서울 영등포도, 광명시 옆 천왕동도, 강원 원주도, 대전 진잠도 지금은 많은 주민이 살고 싶어 하는 최적의 주거지가 됐다. 그러나 필자가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는 재소자 면담을 하기 위해 교도소를 방문했던 십수년 전 시점에는 허허벌판에 교도소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던 황량한 지역이었다. 일을 마치고 시설을 나서면 제대로 저녁식사를 할 식당조차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점심은 대부분 교정시설 직원들과 함께 교도소 밥을 먹곤 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생선이나 고기를 조금씩이라도 반찬거리로 제공했기에 국과 김치 그리고 더운밥이 허기를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출퇴근이 어려운 교정공무원들은 교도소 주변에서 주거지를 찾아야 했는데, 처음에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매해 연립주택과 아파트들이 지어졌고, 특히 지역사회 보안이 강조됐기에 도로가 매우 안전하게 잘 정비됐다. 가로등의 조도를 높이고 CCTV를 설치하고 좁은 시골길을 넓혀 교통을 정비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시골의 한적한 지역에서 출발한 거의 모든 교정시설 인근이 이젠 신도시화가 됐다. 젊은 공무원 가족들이 많이 이주해 들어왔고 초중고 학교들도 신설돼 이젠 아름다운 지역사회가 됐다. 교정시설이나 보호관찰소들을 지으려면 흔히 원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를 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막상 교도소가 지어지고 난 이후 인근 지역은 젊은 취업자들의 유입으로 예외 없이 활기찬 소도시가 됐다.

이런 이유로 외국의 경우에는 지방 소도시들에서 교정시설을 유치하려고 경쟁한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쇠락하는 지역일수록 국가기관과 그 기관의 종사자들이 유입되는 것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조두순이 살고 있는 인근 지역도 마찬가지다. 과거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는 없던 지구대와 보호관찰지소 등이 들어왔고 사방에 CCTV와 가로등이 설치돼 보안 수준이 다른 경기도 외곽 지역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잦은 순찰과 보호관찰관들의 방문으로 조두순 사건 이외의 소소한 불법행위는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보고된다.

최근 법무부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명 ‘한국형 제시카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중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물론 헌법상 보장된 주거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이중 처벌이라는 법리적 논쟁이 주요 입법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더 큰 어려움은 그 시설을 지역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물론 이미 지역에 설치된 갱생보호시설 중 일부를 보안시설로 개조하면 되는 일이기에 큰 예산은 들어가지 않겠지만 그 시설들 중 일부를 고위험군의 거주지로 정하는 순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경기 성남 보호관찰소의 신설에 반대했던 주민들의 시위가 재연된다면 어렵게 입법에 성공하더라도 사실상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주거지 설치는 구현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차고도 채팅앱을 통해 자기 집에서 아동 성폭행을 저지르는 이런 위험한 자들의 야간생활 관리는 재범을 막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불특정 아동을 범죄 대상으로 삼는 고위험군에 대한 위험 관리가 보다 많은 지역 주민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절실한 것이라면 철저히 보안이 지켜질 수 있다는 조건으로 우리 동네의 한쪽을 내어줄 수는 없을까? 경찰은 이전보다 좀 더 자주 순찰을 돌 것이고, 도로는 더욱 안전하게 정비되며, 지역은 경제적으로 보다 윤택해질 것이기에 말이다. 공동체의 안전은 곧 내 이익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수정(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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