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소비가 회복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세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제 관심은 4분기 성장률에 쏠린다. 이미 정부·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1.4%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탓이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잠정치)은 전 분기 대비 0.6%로 집계됐다.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0.3%) 역성장을 기록한 뒤 세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성장을 견인했다. 수출은 반도체, 기계 및 장비를 중심으로 3.5% 증가하며 2분기 역성장(-0.9%)에서 플러스로 전환됐고, 수입도 2.6% 늘며 2분기(-3.7%)보다 확대됐다. 2분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성장’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1.4% 성장을 안정적으로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은 0.7%여야 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는 점 등이 우리 금융·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간소비도 고금리·고물가 탓에 불확실성이 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8월 기준값인 100을 웃돌았지만 9월과 10월에는 연속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 국장은 “카드 사용액은 계속 플러스로 나오고, 고용 지표도 나쁘지 않지만 물가 부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계속 영향을 줄 것 같다”며 “민간소비는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속도는 완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부정적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을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수출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아 전체적인 경기 반등을 견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건형·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유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된다”며 “연간 성장률은 1.2%로 정부와 한은의 목표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1.4%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여러 불확실한 변수가 있지만 정부 전망 궤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조금 보수적으로 보면 1.3%,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면 1.5%”라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이 1.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경제 폭망론’에 대해서는 “성장률이 1.0%가 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5% 이하로 나와야 한다. 현재 경제 흐름으로는 불가능한, 말이 안 되는 전망”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