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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사도행전, 선교적 읽기

우성규 종교부 차장


누가는 누가 뭐래도 여행가였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한 누가는 의도적으로 두 가지 여정을 나란히 배치했다. 누가복음이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간 복음서라면 사도행전은 예루살렘에서 시작해 지중해 전역을 거쳐 제국의 중심 로마까지 세계 선교를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사도행전은 예루살렘 스데반의 순교로부터 바울이 한때 눈멀었던 시리아의 다메섹(다마스쿠스) 바울의 고향 다소(타르수스) 오론테스강의 안디옥(안타키아) 구브로(키프로스) 갈라디아(갈라티아) 마게도냐(마케도니아) 아덴(아테네) 고린도(코린토스) 에베소(에페수스) 멜리대(몰타)에 이어 로마까지 공간과 장소를 적시하며 복음의 전파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행 1:8) 이르는 선교의 여정이다.

사도행전은 복음과 선교의 정수를 담고 있지만 지중해 문명에 대한 지식과 통찰이 필요해 그리 호락호락한 설교 본문이 아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올해 초 전국의 목회자 802명을 상대로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인용한 설교 본문은 신·구약 66권 중 각각 어느 책입니까’를 물었다. 조사 결과 구약은 창세기(25.0%) 시편(20.5%) 이사야(10.9%) 출애굽기(10.5%) 순이었고, 신약은 요한복음(19.3%) 마태복음(17.9%) 로마서(12.8%) 사도행전(9.4%) 누가복음(9.2%) 순이었다. 요한복음과 마태복음, 창세기와 시편 등이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주로 설교하는 본문이다.

그럴수록 사도행전의 선교적 읽기가 중요하다. 사도행전을 읽어가다 보면 16장부터 ‘우리’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함을 알 수 있다. 목숨을 내걸고 로마 황제 앞으로 재판을 받으러 가는 바울의 여정을 따라가는 독자들이 이 선교 여행의 방관자가 아니라 주체로 합류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선교를 교회 활동의 하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곧 세상에 보냄을 받은 공동체라는 관점의 전환, 곧 하나님 선교의 관점이 필요하다.

세계 선교를 위한 복음주의권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4차 로잔대회가 내년 9월 한국에서 열린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지성적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 목사와 역시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부흥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 등을 중심으로 1974년 스위스 로잔에 모여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고 외친 것이 로잔언약이다.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의 2차 로잔대회에 이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3차 로잔대회가 열려 사회적 복음 역시 강조하는 케이프타운서약을 입안했다. 로잔언약 50주년을 맞는 내년엔 인천 송도에서 수천명의 복음주의자들이 모여 서울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3차 로잔대회가 에베소서를 성경 강해 본문으로 했다면 4차 대회는 사도행전이 본문이다. 이에 한국교회는 내년 40주에 걸쳐 사도행전의 같은 본문으로 공동 강해설교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1세기 문서 전공자인 성서신학자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교단을 넘어 건강하고 복음중심적인 교회들이 동참하고 있다.

사도행전 말씀네트워크로 이름 지은 이들은 사도행전 1장부터 28장까지 40주에 걸쳐 같은 본문을 설교한다. 목회자가 원하면 지역별로 주중에 함께 모여 1시간30분 동안 각자 묵상한 것을 나누고 각기 자신의 교회로 돌아가 주일에 서로 다른 설교를 풍성하게 진행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자발성을 중심으로 한 목회자들의 공동 설교 네트워크는 한국교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본질에 다가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로잔대회를 넘어 말씀네트워크의 지속을 기대해 본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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