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회의장 내 피켓 부착과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소모적인 정쟁을 촉발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팻말과 회의장 내 고성을 금지해 국회 분위기를 바꾸자는 데 여야가 뜻을 모은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23일 합의한 이 같은 내용에 신사협정이라는 호평이 나온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올해 말 정국에서 ‘동물 국회’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피켓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안 하기로 서로 합의했다”며 “본회의장에서 고성이나 야유를 하지 않는 것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됐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앞으로 지속해 함께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여야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고 회의가 파행되는 것이 반복됐다”면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막말로 인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합의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본회의장 내 고성 금지’ 합의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처음 적용될 전망이다.
여야는 또 ‘정쟁의 상징’인 정치 현수막의 난립을 막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에 대해서도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과도한 현수막 게시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국민을 피로하게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옥외광고물법 개정에 대해 “전향적으로 민주당과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11월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연말까지 대치 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11월 9일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두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회부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를 대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예고한 상태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노란봉투법·방송법의 본회의 상정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들 법안에 대한 심사권이 침해됐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여기에다 민주당 등 야당 주도하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 표결이 오는 12월 예정된 만큼 여야 간 충돌은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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