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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한승주 논설위원


서울 마포대교 중간에는 공중전화 모양의 ‘SOS 생명의 전화’가 있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긴급 상담 전화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이 전화는 119 구조대와 연계돼 있어 긴급 구조가 용이하다. 서울 한강 다리 20곳에 75대가 설치돼 있는데 효과가 꽤 좋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생명의 전화를 처음 설치한 2011년 7월 이후 지난해까지 9729건의 상담이 이뤄졌고, 투신 직전에 구조한 사람은 2046명이다. 지난해 자살 시도자 구조율은 99.6%나 된다. 힘들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에 대부분 마음을 돌린다는 뜻이다.

한강 다리 중에서 위기 상담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온 곳은 마포대교(59.1%)다. 인적이 드문 밤 9시부터 자정 사이에 가장 많이 전화가 오고, 10~20대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어둑해진 밤, 혼자 다리 중간까지 걸어와 이 전화기를 든 이유는 어쩌면 살고 싶어서, 위로받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전화 상담은 분명 효과가 있지만 일상에서 상담이 필요한 그 혼돈과 고통의 순간, 정작 어디로 걸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응급 상황에선 119처럼 각인된 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을 비롯해 8종류의 관련 번호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 전화번호, 109가 나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번호가 내년 1월부터 109로 통합된다. 번호 109에는 ‘한 명의 생명도(1), 자살 제로(0), 구하자(9)’라는 의미가 담겼다. 119처럼 자살이 구조가 필요한 긴급 상황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뜻도 있다. 미국은 정신건강 응급 전화번호를 988로 통합한 후 상담 응답률이 33% 개선됐고 대기시간도 75% 단축됐다. 우리도 이를 참고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다. 특히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이가 있다면 109, 기억해야 할 번호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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