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삼성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를 앞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철학을 되짚어보고 삼성이 나아갈 방향과 관련한 석학들의 고언이 이어졌다. 이 선대회장의 3주기는 오는 25일이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기조강연 후 언론 인터뷰에서 대전환 시기를 앞둔 삼성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자원이 많아질수록 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지만, 이 가운데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 컨설턴트인 마틴 명예교수는 2017년 싱커스50 선정 세계 1위 ‘경영 사상가’에 올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이건희 경영학,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마틴 명예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을 전략 이론가와 통합적 사상가로 구분해 설명했다. 그는 “신경영 선언 당시 어록을 분석한 결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로서 면모가 엿보인다”면서 “훌륭한 경영자는 양자택일 사고방식을 벗어난 ‘통합적 사고’에 기반을 둬 해결책을 모색한다. 경영에 대한 이 선대회장의 언행에서 통합적 사상가의 특성도 발견된다”고 했다.
두 번째 기조 강연에서 김상근 연세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을 ‘르네상스인(人)’으로 규정하면서 “미래 삼성은 르네상스의 고향이었던 ‘피렌체’가 상징하는 인간의 가치가 존중되고 창조성 넘치는 기업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세션 프로그램에서도 새로운 삼성을 놓고 조언이 이어졌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신경영을 현시점에 맞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확보와 변화 추구, 속도 높이기, 보고 굴레에서 탈피, 발견 중심적 리더십, 단호한 조치 등을 요구했다. 김태완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삼성에 윤리 전문가로 이뤄진 지속가능 경영 전담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미래 세대에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 신경영’ 필요하다. ‘디지털 경영’을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머인 신세대를 포용하고, ‘개성 경영’으로 투명성 옹호자인 신세대 취향을 저격하고, ‘컬래버 경영’으로 글로벌리스트인 신세대의 협력 DNA를 장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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