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도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자처하는 남성이 총격을 가해 스웨덴인 2명이 사망했다.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무슬림)를 향한 범행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치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벨기에 현지 헤트라스테 신문 등은 16일(현지시간) 오후 7시쯤 브뤼셀 도심 생크테레트 광장 인근에서 한 남성이 건물 입구로 뛰어 들어가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인근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형광 주황색 재킷과 흰색 헬멧을 쓴 한 남성이 스쿠터를 타고 접근한 뒤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담겼다. 한 목격자는 용의자가 총격을 가하기 전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이 사건으로 스웨덴 국적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들은 스웨덴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 사건 여파로 이날 열린 벨기에와 스웨덴의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 경기는 전반전만 치르고 중단됐다.
범인은 45세의 튀니지 출신 불법체류자인 압데살렘 라수에드로 밝혀졌다. 그는 범행 직후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으나 17일 오전 스하르베이크 지구의 한 카페에서 경찰 총에 맞아 사살됐다. 앞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한 남성은 SNS에 영상을 올려 “(나는) IS에서 온 알라를 위한 전사다. 무슬림의 이름으로 복수를 했고 스웨덴인 3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벨기에 당국은 이번 사건 직후 테러경보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올렸다. 프랑스도 지난 13일 북동부 아라스 지역의 한 고교에서 체첸 출신인 20대 남성이 흉기난동을 부려 교사 1명이 숨진 뒤 거리에 7000명의 추가 병력을 배치하는 등 치안을 강화했다.
한편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경찰이 인력을 늘려 종교 관련 범행에 대한 예방 차원의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대인 및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수상한 상황이나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하면 경찰에게 알릴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서는 지난 13일 주중 이스라엘대사관 직원이 습격당한 일이 벌어진 뒤 종교 관련자들에게 주말 동안 집에 머무르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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