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쟁점은 ‘재판 지연’ 문제였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헌재에서도 일반 재판과 마찬가지로 사건 심리·결정이 늦어지는 점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정감사에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재법은 사건을 180일 안에 처리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 8월 기준 접수 2년이 지난 사건이 486건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헌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헌재에 접수된 심판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크게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80.4일이던 헌재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올해 1~8월 732.5일로 250일 가까이 늘었다. 헌재가 현재 심리 중인 1576개 사건 가운데 ‘180일 기준’을 넘긴 미제 사건은 1215건으로 77.1%에 달했다.
송 의원은 “2014년 접수돼 3165일이 경과된 사건도 있다”며 “빠른 심리와 선고를 위해 만들어진 ‘적시처리 제도’가 2019년 이후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기후위기 관련 사건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3년7개월이 지났는데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올해 2월부터 장기미제처리부를 연구부에 신설해 경력 많은 연구관들을 배치했다”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또 “기후위기 상황과 헌재 결정의 중대성, 또 헌재 결정을 늦지 않게 해야 된다는 부분을 모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늦지 않게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2년9개월 가까이 걸린 점을 거론하며 “정권 바뀔 때까지 눈치 보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2020년을 기준으로 접수되는 사건은 줄고 있다”며 “헌재가 신속한 재판이라는 헌법상 국민 권리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감에서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반성도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재판 지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국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지적보다는 반성문을 쓰고자 한다”며 “결국 국회가, 정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건을 헌재에 떠넘김으로써 재판이 지연되고 그 피해가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반성하고 싶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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