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는 건강한 교회를 위한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교회 건강성을 유지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노회가 제구실을 하면 교회와 총회가 바로 설 수 있다. 반대의 경우 교회와 총회 모두 위태로워질 수 있다.
‘건강한 노회’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엔 골이 깊은 게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노회원들은 ‘정치 과잉’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원칙적으로 교회(당회)와 노회, 총회는 정치를 위한 조직이지만 이는 교회를 바로 세우는 데 필요한 ‘건강한 정치’를 의미한다. 노회원들의 우려는 ‘나쁜 정치’ 확산에 있다. 이는 총회 총대와 노회 임원 등 선거에 치중하는 왜곡된 노회 구조를 말한다. 교회의 목회를 돕고 건강한 총회를 위한 토대가 돼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라는 주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 경기노회 소속 노회원 A목사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노회가 행정과 치리를 중심으로 건강한 정치를 해야 교회와 총회 모두를 든든하게 세울 수 있다”면서 “노회 산하 교회의 분란을 사전에 막고 조정하며 결국 화해를 끌어내 목회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현재 노회에는 그런 기능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예장통합 총회 부천노회 소속 노회원 B목사도 “미국장로교(PCUSA)만 해도 노회에 목회위원회가 있는데 이는 목사의 부임과 사임을 담당하고 교회의 복잡한 갈등을 푸는 전권을 지녀 주도적으로 교회의 목회를 돕는다”면서 “하지만 우리 경우는 봄에는 총회 총대와 부총회장 선출에, 가을엔 노회 임원을 뽑는 데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목회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은 뒷전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해외 장로교단은 청년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노회와 총회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PCUSA 산하 노회들은 최근 열린 224차 총회에 21~49세 총대를 108명 추천하며 노회의 청년 지도력을 총회로 파송했다. 60대 이상 남성 중심 지도력에 쏠려 있는 한국교회의 노회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 과잉에서 벗어나려는 자구책이 눈길을 끈다.
예장통합 서울북노회는 지난 5월 노회 ‘교세감소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코로나19를 거친 노회 산하 교회들의 교세 감소세를 직접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인 감소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며 건강한 노회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교회정치행정멘토링’ 등의 저서를 통해 바람직한 교회·노회·총회 정치의 길을 제시했던 예장통합 전 총회장 이성희(연동교회 원로) 목사는 “원칙적으로 노회는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돕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인선 중심의 정치를 내려놓고 교회를 위한 노회로 성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노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 결국 총회와 교회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본연의 역할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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