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공간을 여러 교회가 나눠쓰고, 단독 목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공동 목회를 허용하는 방안이 감리교에서 전격 도입될지 주목된다. 또 교회설립 기준 교인수와 청장년선교회의 연령 상한선도 완화하는 등 쪼그라드는 교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도 관심거리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단 헌법(장정) 개정에 나선다. 개정안은 오는 25일부터 사흘간 강원도 고성 소노캄 델피노 리조트에서 열리는 제35회 입법의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16일 공개된 장정 개정안에 따르면 교회 개척 시 필요한 등록 입교인 수 기준이 현행 12명에서 5명으로 완화된다. 현행 장정대로라면 입교인 12명을 채우지 못할 경우 개척교회의 목사는 사역하지 않는 무직 상태로 간주된다.
기감 목회자는 교회를 개척하거나 부교역자로 사역하지 않으면 진급에 불이익을 받는다. 입법의회에 올릴 개정안을 추리는 장정개정위원회는 ‘실제로 개척할 때 교인이 없어 법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최근 들어 새로운 목회 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공동목회·공유교회의 길이 열릴지도 관심을 끈다. ‘담임자의 파송 및 공동목회’와 관련한 개정안에 따르면 교회 필요에 따라 연회가 결의하면 공동목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제34회 입법의회가 허락한 공유교회에 대해서도 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올라왔다. 공유교회는 하나의 예배당 공간을 여러 교회가 나눠 쓰는 제도다. 현행 장정은 공유교회와 관련한 모든 기준을 연회 내규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연회마다 기준이 다른데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북한이탈주민·조선족·고려인·다문화인 교역자에 한해서만 연회와 무관하게 공유교회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홍규 기감 총회행정부 부장은 “코로나 상황 속에 임대료 문제를 겪는 교회가 많아진 가운데 공유교회에 대한 필요성이 교단 안에서도 증가 추세”라며 “큰 교회들이 탈북자 다문화 등 특수 목회자들에게 공간을 내어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령화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안의 통과 여부도 관심거리다.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청장년선교회 연령 상한선을 만 47세에서 만 49세로 올리자는 안건이 포함됐다. 교회 내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권사뿐 아니라 집사도 지방회 대표로 선출할 수 있도록 하고, 연회와 총회의 대표 15%를 각각 여성과 50세 미만으로 선출하는 안이 본회의에서 다뤄진다. 장로와 준회원 진급 과정, 연회 정회원 연수시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관련 교육과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자는 개정안도 올라왔다.
개정안에는 감리회 내 3개 신학대학원(감신·목원·협성) 통합체인 일명 ‘웨슬리신학대학원’에 대한 단계별 세부 이행안도 담겼다. 웨슬리신학대학원은 2024년 2월까지 통합을 마치고 2025년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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