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전원 대피령을 내리고 “며칠 내에 대규모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통보했다. 가자지구 내 전면전이 ‘초읽기’에 돌입한 모양새로,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 목표를 하마스의 군사조직 뿐 아니라 통치역량까지 완전 해체하는 것으로 설정했다는 분석이다.
AP와 로이터, AFP 통신 등 서방언론들은 이스라엘군(IDF)이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가자시티 내의 모든 민간인은 안전을 위해 집에서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자시티는 가자지구 중심도시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와디 가자 이남지역으로 이동하라”며 “가자시티는 군사작전이 벌어질 구역으로 앞으로 며칠 내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유엔도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전체 주민(230만명)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110만명에게 “24시간 이내에 남부지역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은) 거짓 선동으로 팔레스타인인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며 주민들의 피란을 막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하마스는 언론사에 보낸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주민 대피령이 선전전이자 심리전에 불과하다”며 “우리 내부 전선을 타격하고 시민을 축출하기 위한 심리전술”이라고 주장했다. dpa 통신은 가자지구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주민들의 이동이 막힐 것”이라며 “피란에 나섰던 주민 다수가 하마스에 막혀 다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이스라엘과의 분쟁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악용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주민 대피를 놓고 대립하자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피 명령은 지금의 비극보다 더 파괴적인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이스라엘군에 대피령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도 하마스를 향해 “모두 죽은 목숨”이라며 강도 높은 보복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도시 알레포의 국제공항도 공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한 뒤 “이스라엘의 방어 권리를 미국은 확고히 지지한다”면서도 “민간인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째 이어진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무력 분쟁으로 양측 사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날 기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300여명, 부상자는 3200여명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은 어린이 47명과 여성 248명을 포함해 1448명이 숨지고, 6868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현재까지 총 4000t가량의 폭탄 6000여발을 가자지구에 투하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도 5000발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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