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이 두려워하는 작업중지 요건 등을 문재인정부에서 줄였다”며 지난 정부 책임론을 꺼냈다. 내년으로 예정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에 대해서는 유예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정부 들어 산업 안전이 후퇴했다’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우 의원은 “법 완화 징조를 보이면서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 후 내려지는 작업중지권은 반토막났다”며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장관은 “현행 제도 법령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중대재해법 시행령 연구용역은 문재인정부에서 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경영책임자 의무를 축소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고용부에 전달했는데, 전 정부가 먼저 법률 완화를 추진했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또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고민했는데 경제적 제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건 근로감독관이 선제적으로 작업을 중지하는 것인데 문재인정부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작업중지 요건과 범위를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후에도 거듭 지난 정부를 언급하며 야당의 공세에 응수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안 된다고 본다면 단체교섭 효력 확장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이 장관은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던 과거 정부에서 왜 (대안을 실행하지) 않았을까 그게 고민”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내년 1월 27일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법을 예정대로 확대할 것인가’라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국회에서 현실을 고려한 입법개정안이 (발의돼) 있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고민 중”이라며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감장에는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기업 대표도 줄소환돼 여야의 질타를 받았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이강섭 샤니 대표가 근로자 끼임 사망사고 책임을 묻는 질의에 즉답을 피하자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고 말하는 게 정상이지 않나. 그런 식으로 대응하니 SPC가 산업재해 대명사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와 차승열 KCC 환경안전보건위원장을 향해 “사고가 나니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질책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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