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짜장과 짬뽕, 일본의 라멘, 태국의 팟타이, 베트남의 반미와 퍼, 미국의 촙수이와 차우멘, 페루의 로모 살타도와 치파…. 이들 요리의 공통점은 바로 다양한 단계와 방식으로 현지화한 중국요리라는 것이다.
‘중국요리의 세계사’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중국요리를 이야기하며 전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중국요리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중국요리와 세계 곳곳의 화인(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일컫는 말) 사회가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와 어떻게 얽혔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화인 사회는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지만 그 과정에서 현지인 사회에 배척되는 일도 많았다. 국가간 갈등과 화해, 문화 수용 과정에서 중국요리는 변모를 거치며 새로운 맛으로 거듭났다. 싱가포르의 하이난 치킨라이스,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 등은 중국요리에 기초했으나 각국의 국민 음식이 됐다.
저자는 “중국요리는 1941년 중국국민당이 대미 선전을 위해 증정한 판다보다 시기는 조금 늦었을지언정 판다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소프트파워’의 원천이 되었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이 국제적 지지를 얻기 용이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이용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저자는 많은 요리에 얽힌 기원과 설도 검증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중국의 대표 요리로 알고 있는 베이징덕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에 유명해졌으며 오리 요리는 원래 명대 초기의 수도 난징의 명물이었다고 바로잡는다.
책을 쓴 이와마 가즈히로는 2003년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상하이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방문연구원, 지바 상과대 교수 등을 거쳐 2015년부터 게이오기주쿠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시아 근현대사, 식문화 교류사, 중국 도시사를 주로 연구한다. 저서로 ‘중국요리와 근현대 일본-식(食)과 기호의 문화 교류’(편저), ‘상하이 대중의 탄셍과 변모-근대 신(新)중간층의 소비·동원·이벤트’ 등이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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