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 노동자를 비롯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피해자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의 책임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주요 판례 87건을 분석한 ‘2023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분석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2019년 7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하지만 특수고용·플랫폼·위탁계약·프리랜서 노동자 등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부(재판장 전기흥)는 극단적 선택을 한 캐디 A씨의 유족이 건국대 법인과 관리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에게 1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관리자의 폭언·모욕 등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사실을 인정하면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지난 7월에는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류일건 판사는 아파트 관리업체 소속 안내데스크 직원에 대한 부당인사에 관여한 입주자대표에게 4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적절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단독 이관형 판사는 지난 6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소속 보육교사가 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등에 따른 공식적 활동 기록이 없었다며 “서비스원은 5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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