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 인생을 세상의 시각에서 보면 비참합니다. 요셉은 형들에게 배신을 당했고 이집트에 종으로 팔려갑니다. 또 보디발의 집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어려움 가득한 삶이 과연 믿는 자의 삶인가 의아함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런 요셉의 삶에는 고비 때마다 히브리어 ‘와예히’라는 독특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한국어 성경에는 정확하게 번역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 그 공간에 함께 있다는 뜻입니다. 요셉이 형들에 의해서 이집트로 팔려갈 때(창 39:1) 근위대장 보디발의 집에 팔려갈 때(창 39:2) 그리고 보디발의 아내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갈 때(창 39:23) 요셉의 인생에서 힘들었던 순간에 세 번 사용됩니다.
이것은 요셉이 이집트로 팔려가던 이스마엘 상인의 수레에 ‘와예히’ 하나님이 그 수레에 요셉과 함께 타고 계셨고 또한 요셉이 이집트에서 보디발 집에 노예로 팔려가 그 집 문턱을 넘을 때 ‘와예히’ 하나님이 요셉과 함께 그 집 문턱을 넘으셨다는 말입니다. 또한 요셉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을 때도 ‘와예히’, 하나님이 요셉과 함께 계셨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와예히’의 시각을 가지고 요셉의 삶을 다시 보면 하나님이 요셉을 지키시고 계시는 게 확연히 보입니다.
첫째는 요셉의 형들은 원래 요셉을 들판에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을 짜는 순간 르우벤의 “요셉의 생명은 해치지 말라”(창 37:21)는 한 마디 때문에 요셉은 일단 목숨을 건집니다.
둘째는 요셉의 형들이 요셉을 구덩이(보르)에 던져 넣는데, 이 보르는 목동들이 물이 부족한 건기 때에 쓸 수 있도록 물을 저장하는 깊은 구덩이입니다. 입구는 좁고 안이 넓어서 물이 찬 우기에 빠지게 되면 죽게 되는데 요셉이 빠진 보르는 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덩이는 빈 것이라 그 속이 물이 없었더라”(창 37:24)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셉은 두 번째로 목숨을 건집니다.
셋째는 보디발의 아내로 인해 누명을 썼을 때입니다. 고대 이집트법에 의하면 남자가 유부녀와 간통을 하면 그 자리에서 돌로 쳐 죽이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또 이집트의 근위대장인 보디발이 종 하나 죽이긴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요셉을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고 다만 왕의 감옥에 보냅니다. 이로써 요셉은 이집트 왕 바로의 꿈을 해석할 기회를 얻게 되죠.
요셉의 삶을 가만히 보면 상황이 어렵고 계속 실패의 연속인 것만 같습니다. 믿음으로 생각해보면 하나님은 요셉의 어려운 순간순간마다 그의 인생을 그다음 기회의 현장으로 인도하고 계십니다. ‘와예히’ 그 시간, 그 공간에 함께 계셔서 섬세하게 이끌어 나가고 계시는 겁니다.
여러분, 이 ‘와예히’의 하나님이 요셉과 함께하셨던 것과 같이 지금 우리와도 함께 하십니다. 사람의 눈으로는 그저 고통과 좌절의 순간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고 눈을 들어 하나님을 보시기 바랍니다. 요셉의 삶을 눈동자와 같이 지키신 하나님이 요셉에게 하셨듯이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 계셔서 우리를 인도하시는 겁니다.
이 가을의 문턱에 ‘와예히’의 하나님의 섭리를 곰곰이 생각하며 주님의 손길을 체험할 수 있기 바랍니다. 믿음의 눈을 들어 우리와 이 시간 이 공간에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우리의 복된 신앙 여정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김지훈 목사(미국 동양선교교회)
◇동양선교교회는 53년 동안 선교사역을 감당해 온 미국 LA의 대표적 이민교회입니다. 김지훈 목사는 고려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거쳐 장로회 신학대, 미국 아일리프신학교를 졸업한 후 클레어먼트신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현재 동양선교교회 담임목사로 재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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