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의 영토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이 지역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세기 초 오스만튀르크 제국 몰락 이후 양국 간 이어져온 무력분쟁과 주민 학살의 과거사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계 주민 4850명이 ‘인종 청소’를 피해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아에 도착한 난민들은 현재 국경 인근 마을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지난 21일 TV연설에서 “필요하다면 아르메니아는 이 지역 아르메니아인 4만 가구가량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지만 그 이상 자세한 언급은 없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국제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되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대거 거주하는 곳으로 ‘캅카스의 화약고’로 꼽힌다. 12만명에 달하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은 ‘아르차흐공화국’이라는 국가를 세우고 아르메니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해 왔다. 양국은 구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뒤 이곳을 둘러싸고 두 차례나 전쟁을 벌였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아제르바이잔이 이 지역과 아르메니아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라친 통로’를 차단해 식량과 연료 공급이 차단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닥쳤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난 19일 지뢰 폭발로 자국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하자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공격해 하루 만에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아제르바이잔은 지역 내 자치군 시설·장비를 정밀타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민간인 7명 등 32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메니아는 그간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 지역 분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아제르바이잔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다수 아르메니아계 주민은 탈출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시냔 총리는 연설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은 효과적인 보호시스템이 없을 경우 인종 청소를 당할 위협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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