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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길 잃은 트위터의 ‘X’ 변신

신창호 국제부 선임기자


일론 머스크는 21세기 첨단기술 문명의 판도를 바꾼 인물로 꼽힌다. 아무도 전기자동차 생산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2003년 테슬라를 세워 ‘온난화 가스 배출 제로’ 자동차 시대를 열었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같은 정부 기관이나 개발할 수 있었던 막대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상업화해 민간인 우주관광 시대도 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위성 무선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스타링크에다 인간의 뇌에 반도체 칩을 심는 임상실험까지 나선 뉴트라링크의 소유자도 바로 머스크다.

그에 대한 평가는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간에 “단순한 억만장자 기업인이 아니라 20세기 현대문명의 총아들을 전부 ‘유물(遺物)’로 만든 채 그 자리를 최첨단 미래기술로 채워가는 혁신가”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손을 대는 일마다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던 머스크가 유독 SNS인 ‘엑스(X)’에서만큼은 악수(惡手)에 악수를 거듭하고 있다.

머스크가 저지른 최대 실수는 트위터를 X라고 ‘개명’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세계 최대 SNS인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공정성평가위원회 같은 조직을 해체하고 직원 대량 해고에 나섰다. 조직 정리가 끝나자 올 상반기에 개명을 단행했고, 로고도 트위터를 상징하던 푸른 비둘기에서 위압적인 검은색 X 알파벳으로 바꿔버렸다. 이를 두고 언론과 업계는 “머스크가 자신의 자녀들에게 괴기한 이름 중 하나를 따다가 트위터를 망쳐놨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또 하나의 패착은 20년 이상 유지돼 왔던 트위터의 ‘가치중립 정책’을 휴지통에 처박은 일이다. 이전까지 트위터는 의도적인 폭력 조장, 모든 종류의 차별 발언, 정치적 부당함, 문화적 편견 등을 엄격히 제한하며 명성을 쌓아 왔다. 2020년에는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극우 백인 지지층을 향해 “개표가 조작됐다”거나 “의회의 조 바이든 후보 승리 선언을 막아라”는 등의 언사를 지속하자 트위터는 그의 계정을 폐쇄해버렸을 정도였다.

트위터는 각종 사회적 논쟁에서도 그야말로 ‘가운데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고, 짧은 텍스트 메시지로 절제된 발언을 세상에 소개하는 역할에 만족했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화려하지 않은 트위터의 바로 이 역할에 열광했고, 기업들도 거리낌없이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했다. 그런데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X로 변신하면서 이 정책을 폐기하자 매출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애플조차 “X의 정책에 의문점이 많다”며 광고 중단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X의 모든 사용자 계정을 유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추진 명목은 각종 스팸 메시지와 유령 계정, 챗봇 계정을 없애겠다는 것이지만 시장은 싸늘한 반응만 내놓고 있다. 뚝 떨어진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서 그는 미국의 대표적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을 X 광고매출 감소의 진원지로 꼽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이 자신을 반유대주의자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X 사용자 상당수가 떨어져 나갔다고 발언했지만, 실제로 트위터가 X로 변신한 이후 유대인 차별 메시지는 훨씬 더 늘어났다는 실제 통계는 애써 외면한 것이다.

머스크가 유독 X 경영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트위터의 정체성을 버린 채 돈에만 집착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부자가 경전을 샀다고 그 경전이 더 비싸지는 건 아니다. 경전의 가치는 누구나 읽고 깨우침을 얻을 때만 높아지는 것이다. X라는 알파벳에 떠밀려 사라져버린 트위터의 푸른 비둘기가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창호 국제부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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