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교사가 치열한 사역 기간에 은퇴 후 생활까지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버겁다. 당사자뿐 아니라 파송 교단·선교단체·교회가 ‘네 박자’ 연합으로 준비한다면 선교사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교회, 연금·퇴직금 제공까지
미국 교회는 은퇴선교사에게 교단 연금, 퇴직금 등을 제공하며 든든한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 미 남침례회 소속 국제선교단체 국제선교이사회(IMB)는 ‘가이드 스톤’이라는 은퇴 계획 시스템이 있다. IMB 소속 선교사는 사역 기간 생활비를 받는데 생활비와 별도로 은퇴 노후자금(한화 20만~33만원)이 부가적으로 가이드 스톤에 지급된다. 근무 연수에 따른 퇴직금도 받는다. 미 침례교를 기반으로 한 선교기관 ‘뱁티스트 미드미션(BMM)’은 미주리 웨인 카운티에서 은퇴 선교사 마을인 ‘미셔너리 에이커스’를 6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15년 이상 활동한 선교사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주택을 제공한다.

미 연합감리교회(UMC)는 거주지뿐 아니라 퇴직연금을 지원한다. 퇴직연금은 개인 급여의 일정 비율을 매달 차감해 입금되는 방식으로 활동 연수에 따라 매달 지급된다. 2019년 은퇴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은퇴 목사촌’에 거주하는 UMC 세계선교부 소속 문성철(71) 선교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거주 공간은 99.2㎡(30평) 크기의 단독주택으로 매달 400~600달러(53~79만원) 수준의 관리비를 내고 있다”며 은퇴 사역자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생활을 만족스러워했다.
미국장로교(PCUSA) 소속 선교사는 미 국민연금 ‘소셜 시큐리티’에 예외 없이 가입하며 은퇴 후 교단 연금도 받는다. 가입 기간이 1년이라 할지라도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교단은 은퇴자의 최저 생계도 지원한다. 교단 연금과 국민연금의 1년치 금액을 더해 최저생계비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한다.
‘NO 은퇴 걱정’ 교단·교회 들여다보니
한국교회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총회세계선교회(KPM)가 은퇴선교사의 노후 정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PM 소속 선교사는 의무적으로 은급재단에 가입한다.
선교사가 모금한 후원금이 KPM 본부를 거쳐 선교사에게 지급되는데, KPM은 사역 기간 후원금에서 은급비를 떼고 선교지에서 필요한 생활·주택·교육비 등을 책정해 항목별로 나눠 지급한다. 교회의 공교회성을 강조하는 KPM은 상대적으로 후원이 많은 선교사의 동의를 구해 후원금이 부족한 선교사의 재정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KPM은 선교 후원자를 발굴한 모금액으로 선교사 복지와 교육 등에 사용하는데 은퇴선교사에게 위로금(1000만원)을 전달한다. KPM은 은퇴 관련 교육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연다. 홍영화 KPM 본부장은 “교단·노회 등 기관과 여러 교회가 연합해 선교사를 파송한다면 노후 지원까지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은퇴선교사 지원 사역을 펼치는 교회들도 있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는 20년 이상 사역한 선교사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지급한다. 은퇴 전인 65세까지 매달 국민연금(15만원), 80세까지 매달 의료비(10만원)와 주거비(1인 가구 30만원, 2인 이상 40만원)도 지원한다.
경기도 수원서부교회(이준호 목사)는 지난 7월 선교사를 위한 국민연금(15만원) 지원을 시작했으며 내년 1월부터 퇴직금(1000만~2000만원), 주거비(20만~30만원), 의료비(10만원)를 위한 적립금을 마련키로 했다. 이준호 목사는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는 선교사가 선교에만 전념하도록 은퇴 후 생활까지도 잘 준비해야 한다”며 “선교사를 보내는 사역뿐 아니라 이런 부분도 제도적으로 마련되는 분위기가 교계에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교사 ‘나부터’ 준비는 필수
선교사 당사자의 준비뿐 아니라 선교단체의 은퇴 교육 및 훈련도 필요하다.호프선교회(이사장 이장호 목사)에서 은퇴선교사 상담을 맡고 있는 김태정 선교사는 “선교단체들은 선교사들이 정부의 노인복지를 적극 활용하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교사들을 향해 “은퇴 후를 준비하는 건 믿음의 부족이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라며 “7년 흉년을 대비했던 요셉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원=김아영 기자, 이현성 조승현 김동규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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