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료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재판장 이성복)는 14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행위는 의료법상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해 진단한 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는 점이 명백하다거나 의료행위에 통상 수준을 넘어선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A씨를 유죄로 판단한 1·2심을 뒤집고 사건을 돌려보낸 취지를 따른 것이다. A씨는 2010년 3월~2012년 6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환자 자궁 내막 상태 확인 등 진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초음파 진단기기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해 개발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료공학과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개발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면허 이외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종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며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이날 선고 뒤 한홍구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한의사는 동의보감을 보고 공부하던 조선 시대 사람이 아니라 과학 지식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현대인”이라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한의 진료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반발했다.
최근 법원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연이어 내리고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 13일 저선량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진료에 사용해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한 한의사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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