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15 가격을 묶었다. 반도체 가격 인상, 비싼 티타늄 소재 적용 등으로 프로 모델의 값이 오른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동결로 방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아이폰15, 애플워치 시리즈9 등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아이폰15는 11년 만에 충전단자를 ‘USB-C’ 방식으로 변경했다. 프로 모델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10Gbps인 USB3 규격을 지원한다. 아이폰14 프로에 처음 적용했던 ‘다이내믹 아이랜드’는 아이폰15 전체 모델로 확대했다.
아이폰15 프로는 가장자리 부분에 알루미늄이 아닌 티타늄 소재를 채택했다. 티타늄은 알루미늄보다 더 단단하고 부식에 강하다. 그러면서 무게도 가볍다. 대신 티타늄은 알루미늄보다 비싸다. 아이폰15 프로와 아이폰15 프로 맥스의 무게는 각각 187g, 221g으로 전작(206g, 240g)보다 줄었다.
아이폰15 프로는 ‘A17 프로’ 칩셋을 탑재했다.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전작보다 각각 10%, 20% 개선됐고 뉴럴엔진 성능은 2배 향상됐다고 애플은 강조했다. A17 프로는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만든 첫 번째 칩셋이다. 제조단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15와 아이폰15 플러스는 아이폰14 프로에 사용한 A16 바이오닉을 적용했다.
그럼에도 애플은 아이폰15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맞췄다. 아이폰15는 799달러, 아이폰15 플러스는 899달러부터 시작한다. 아이폰15 프로는 899달러, 아이폰15 프로 맥스는 1199달러부터다. 아이폰15 프로 맥스는 100달러 인상한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부터 128GB 모델을 단종하고 256GB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같은 용량 기준으로 지난해와 값이 같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가격도 지난해와 동일하다. 아이폰15는 125만원, 아이폰15 플러스는 135만원, 아이폰15 프로는 155만원, 아이폰15 프로 맥스는 190만원부터다.
애플은 아이폰15 공개를 앞두고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시장 컴백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 증권타임스는 화웨이가 애플 행사 직전에 메이트 60 시리즈의 하반기 출하량 목표를 20%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아이폰 사용 금지조치를 내렸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최대 1000만대 감소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기 침체로 아이폰 판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애플이 가격 동결을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올해 2분기에 아이폰 매출은 396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 감소했고, 아이폰 판매는 3분기 연속 역성장 중이다. 아이폰15 공개 후 애플의 주가는 1.71% 떨어졌다. 가격 동결에 따른 수익성 하락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잭스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멀버리 매니저는 “일부 투자자는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아이폰15 기본 모델의 가격 인상을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아이폰 15는 미국을 포함한 40개국에서 15일부터 사전주문을 받는다. 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한국 출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빠르면 다음 달 초에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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