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북·러 정상회담의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12일 러시아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의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과거에 시찰했던 곳이다.
이날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의 이동 속도 등을 감안하면 북·러 정상회담은 13일에 진행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러시아 땅을 밟았다.
12일 오전 북·러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역을 통과한 김 위원장 전용열차는 우수리스크역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북쪽 하바롭스크주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당초 열차가 우수리스크역까지 가기 전 선로를 바꿔 우수리스크역 남쪽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것이라는 다수 예상을 벗어난 행보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은 김 위원장의 열차가 하산역을 지나는 영상을 공개했고, 인테르팍스통신은 영상 속 열차가 ‘완전히 비밀스러운 분위기’로 철로를 지났다고 묘사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는 경호를 위해 엄청난 무게의 장갑이 장착돼 있어 일반 열차보다 매우 느린 최고 시속 60㎞로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수리스크역에서 680㎞가량 떨어진 하바롭스크시까지는 철도 상태가 좋지 않아 열차의 속도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선 김 위원장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13일 정오 전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EF 일정을 모두 마친 푸틴 대통령은 13일 오전 전용기를 타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할 전망이다.
북·러 정상회담 개최지로 유력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건설한 첨단 기지다. 이곳에서 첫 번째 위성 발사는 2016년 4월에 있었다.
북·러 군사밀착과 첨단 무기기술 협력을 상징하는 장소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열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전용기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항공기 항로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북한 고려항공 JS621편이 오전 9시9분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김 위원장이 주로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안토노프사의 AN-148 기종으로 파악된 이 항공기는 북·러 정상회담 지원을 위한 북측 인력과 물자를 수송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상 정우진 기자 junwit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