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밥 사주는 원장님’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금감원 전 직원들과 스킨십을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금융위원회 과장들에게까지 밥을 쏘고 있다. 역대 금융위 출신 금융원장이 금융위 직원에게 밥을 사는 경우는 흔했지만, 검사 출신 원장이 금융위 과장들을 불러모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12일 금융위 및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금융위 과장들과 틈틈이 저녁 식사 자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국별로 모아 모임을 갖는데 식사 자리는 비교적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사 도중 한 참석자가 이 원장에게 “내년 총선에 출마하시는 거냐”며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 원장은 해당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워낙 설왕설래가 많은데, 본인 입을 통해 직접 답을 들으니 속 시원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 원장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이 원장은 업무적으로 소통할 일이 있더라도 상임위원 등 1급이나 국장과 주로 접촉할 텐데, 따로 시간을 내 과장급까지 챙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이 금융위·금감원 관계 개선에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두 기관은 2008년 현행 체제로 분리된 뒤 금융 감독 및 정책 기능을 둘러싸고 미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원장은 지난해 말 금융위 축구부 회식 자리에 부원장들과 함께 ‘깜짝 등장’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금감원은 전임 금감원장들과 비교했을 때 이 원장의 행보가 그리 특별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은 비단 금융위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와도 전방위적으로 자주 식사 자리를 갖는다”며 “식사를 통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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