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거래가 막힌 상장사들의 평균 거래정지 기간은 약 5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10일 이내로 거래정지가 풀리는 미국 등 해외의 거래정지 제도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정지 장기화로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거래정지 된 상장사들은 33곳(코스피 5곳·코스닥 28곳)으로 집계됐다. 자본감소, 단일판매 공급계약 등 형식적인 거래정지 사유를 제외한 수치다. 이들 회사는 대주주의 횡령, 배임 사실이 확인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거래가 막혔다. 평균 거래정지 기간은 138.17일이었다.
최근 주식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이화그룹 ‘3형제’로 불리는 이트론, 이화전기, 이아이디였다. 이들 종목은 올해 5월 10일부터 이날까지 120일 넘게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 상황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일 이화그룹 계열 3사의 상장폐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이의신청을 할 경우 거래소는 다시 공시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를 재심의한다. 재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거래정지 상태가 유지된다.
거래소는 공시위반이나 상장사의 존폐를 위협하는 풍문 발생 등 시장거래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적격성 심사가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심사 과정에서 기업에 개선 기간, 이의신청 기간 등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에스에이치엔엘은 2017년 거래정지가 내려진 뒤 5년간 이의신청, 소송 등을 거쳐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크다. 매매거래가 정지된 기간 투자금이 묶이면서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이 왜곡된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정지 기간 주가가 묶여 있어 시장의 흐름과 무관하게 수익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거래정지 기간은 짧은 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사안이 엄중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직권으로 거래를 중단할 경우 평균 매매정지일은 최대 10영업일을 초과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경우 거래정지가 내려진다.
이 문제가 해소돼야 거래정지가 풀린다. 뉴욕증권거래소 기준 한 종목의 주식 가격이 30거래일 연속 1달러 미만일 경우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공정한 정보 공개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정지 사유가 해제될 경우 매매를 풀어줄 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처럼 공정한 정보 공개가 이뤄진 뒤 거래정지를 푸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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