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빌라’를 담보로 2억6000여만원을 빌려 가로챈 사기 피의자가 도피 중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1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최임열)은 사문서위조 및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60대 A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 범행을 공모하거나 도피를 도운 6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2020년 2월 19일 본인 소유 빌라 한 채를 담보로 B씨에게 5880만원을 빌렸다. 해당 빌라는 전세보증금도 반환할 수 없는 수준의 깡통빌라였는데, A씨는 B씨를 속이려고 빌라 세입자 C씨 명의의 ‘무상거주확인서’를 허위로 꾸며내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상거주확인서는 세입자가 보증금이나 월세를 내지 않고 공짜로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다.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 없어 돈을 떼일 염려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C씨 몰래 가짜 서류를 만든 것이다. A씨는 B씨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았고, C씨도 1억3000여만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1년 5월 본인이 실소유하고 있는 다른 깡통빌라 두 채를 담보로 D씨에게 각각 1억1680만원, 8900만원을 빌려 가로챈 혐의도 있다. A씨는 소개받은 ‘가짜 집주인’ 2명에게 1000만~2000만원의 대가를 지급하고 명의를 신탁한 뒤 이들과 사기 범행을 공모했다. A씨 측이 “몇 달만 명의를 갖고 있어 달라”고 요구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A씨가 다주택자인 자신이 직접 돈을 빌리기보다는 평판 조회가 어렵거나 집이 없는 명의신탁자들을 내세워 돈을 빌리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 가짜 집주인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난 7월 31일과 지난달 7일 열린 구속영장 심문 기일에 연속 무단 불출석했다. 검찰은 A씨가 사실혼 배우자와 친구 명의의 ‘대포폰’을 개설하고 이들에게서 차량 지원을 받는 등 도주 시도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17일 모텔에서 은신 중이던 A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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