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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심’이 키운 모로코 지진 피해… 타산지석 삼기를

“안전지대” 인식에 지진 대비 부족
모로코 구조·복구 지원 적극 나서며
우리도 느슨한 경각심 다시 일깨워야

10일(현지시간) 모로코 서남부 타나우트의 한 마을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처참한 모습이다. 건물 다수가 완전히 파괴되거나 반파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로코 강진의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4000명을 훌쩍 넘어선 사상자는 계속 불어나고, 고도(古都) 마라케시부터 수도 라바트까지 도시마다 수많은 건물이 무너져 쑥대밭이 됐다. 반드시 닥쳐올 여진의 공포 속에서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쳐야 할 만큼 열악한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천재지변 앞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한국도 당장 필요한 구조대 파견부터 향후 몇 달은 걸릴 수습과 몇 년은 소요될 복구 과정에서 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지진은 지난 120년 동안 이 지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6.8)였다. 모로코는 1900년대 이후 규모 6.0이 넘는 지진을 겪은 적이 없다.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 사이에 놓인 지진 빈발 지역인데도 두 대륙판의 움직임이 워낙 느려서(연간 4㎜) 잔지진이 많을 뿐이었고, 간헐적인 대형 지진은 지중해 동쪽에 치우쳐 왔다. 1960년 이례적인 규모 5.8 지진에 수천명이 희생되자 건축법을 개정하는 등 지진 대비 움직임을 보였지만, 다시 반세기 넘게 큰 지진 없는 시간이 이어지며 경각심은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자연 재난은 인간의 방심을 자양분 삼아 덩치를 키우는 법이다.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의 천문학적 피해 역시 안이했던 대비에서 비롯된 측면이 컸다. 튀르키예 정부는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도 이를 어긴 건축업자들을 정기적으로 사면하며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재정에 충당해왔다. 무려 1만2000채나 건물이 무너진 배경에는 불법 건축을 사실상 방조한 정부의 방심이 있었다.

한국의 지진 환경은 모로코와 흡사하다. 규모 5.4 지진(2017년 포항)을 겪긴 했지만 6.0 이상은 별로 기억에 없고,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비켜선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아무리 느리게 움직이는 대륙판도 언젠가는 충돌하며, 지금 모로코에서 보듯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동해에선 지난봄 수십차례 연쇄 지진에 지진위기경보가 상향되는 등 ‘언젠간 벌어질 일’의 조짐이 이미 심상찮게 나타나고 있다. 턱없이 미흡한 단층조사와 건축물 안전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경각심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방심이 둥지를 틀고 있지 않은지 항상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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