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전북에 이어 대전에서도 악성 민원 후유증을 호소하던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8일 대전시교육청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대전 유성의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40대 여교사 A씨가 5일 오후 9시20분쯤 자택에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인 7일 숨졌다.
A씨는 2019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을 맡았다. 이 교사는 2019년 11월 친구의 얼굴을 때린 한 학생을 지도하려고 교장실로 보냈다.
이때부터 이 학생의 학부모는 학교에 찾아와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A씨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부모는 같은 해 12월 A씨의 행동을 문제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 일로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 학부모와 학생은 “A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며 A씨가 다른 학교로 발령날 때까지 4년여간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올해 다른 학교로 옮겼지만 이전 학교에서 겪은 일 등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
A씨는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접한 뒤 “예전 고통이 떠올라 힘들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호소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인 B교사는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가 ‘무릎 꿇고 빌어라’고 요구하거나,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일삼았다”며 “오랜 기간 이 상처에서 회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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