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최악의 가뭄과 산불 피해를 입은 그리스가 이번엔 홍수 사태까지 겪고 있다. 유례없는 초대형 산불 사태가 아직 끝나기도 전에 지중해에서 발생한 폭풍 ‘다니엘’이 촉발한 폭우를 맞닥뜨린 것이다.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이틀 전부터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소방청은 “엄청난 강수량으로 마그네시아현 볼로스와 테살리아주 서부의 카르디차에서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3명으로 보고됐다.
그리스의 연간 강우량 평균은 약 400㎜다. 하지만 중부 필리온의 한 마을에는 지난 5일 0시부터 오후 8시까지 754㎜ 이상의 비가 내렸다. 2년 치에 달하는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진 셈이다.
그리스 기상청 소속 기상학자인 디미트리스 지아코풀로스는 “중부의 한 지역에는 24시간 동안 최대 800㎜의 강우량을 기록했다”며 “기상청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1955년 이래 이런 폭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당국은 볼로스와 인근 산악지역인 펠리온, 휴양지 스키아토스섬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현재 정확한 피해규모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가정의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다. 볼로스에서는 보트를 탄 구조대원들이 물에 잠긴 거리에서 시민들을 구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리스는 지난달 18일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아직도 진화하지 못했다. 산불은 이날까지 이어지며 유럽연합(EU) 관측 사상 최대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산불과 폭우 모두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와 가까운 튀르키예와 불가리아에서도 폭우에 따른 인명피해가 확인됐다.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는 도로와 집들이 물에 잠기면서 최소 2명이 사망했다. 서북부 키르클라렐리에서는 홍수로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불가리아의 남부 흑해 해안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사망자 3명이 발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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