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장 자리에 앉은 김영섭 대표가 본격적인 대외 행보에 나섰다. ‘이동통신사’라는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정보통신(IT) 역량 키우기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경영목표를 내세웠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서 체질 변화를 임기 안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정적 수익을 내는 기존의 통신 서비스에만 안주하면, 디지털 산업 경쟁에서 도태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존 통신 사업과 IT를 결합해 재무장하겠다. 통신과 IT의 결합으로 혁신 서비스를 내는 것 자체가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라고 밝혔다. 그동안 수익성 개선과 기업 체질 변화를 위해 추구한 디지코의 방향성을 이어나가면서도 이동통신사라는 정체성을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KT가) ICT 기업이 된다면 다양한 미래 디지털 산업 분야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IT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야 통신 역량도 배가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안정적 인프라를 제공하며 수익을 내는 데 안주해왔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통신은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한 걸로 여겨져 그 가치가 쉽게 잊히고 있다. 빅테크들은 이동통신사에서 구축한 인프라에 메신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의 혁신 서비스를 내놓아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클라우드, AICC, 메타버스 등의 신산업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대표는 취임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안팎의 시선과 관련해 “올해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KT 안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통상 수준의 임원 교체, 퇴임, 신규 채용 등은 있겠지만 이전에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 했던 인위적 구조조정은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자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의 보직을 해제한 바 있다. 이들은 이른바 ‘이권 카르텔’로 지목된 경영진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차기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외압에 따른 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영계약서 조항을 개선해 이사회를 정비했다. 다시 경영 공백이나 (외부의) 인사 개입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T 경영진이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인사 개입 논란에 대해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는 처음이다. 김 대표가 체결한 대표 경영계약서엔 KT 이사회의 논의 없이 후계구도를 정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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