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하려는 조직원을 폭행해 아킬레스건까지 끊은 잔혹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조직은 중국 칭다오에 거점을 두고 수십억원대 사기 범행을 벌이다 한·중 국제공조로 일망타진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조직 총책인 조선족 A씨(38) 등 보이스피싱 조직원 16명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 소속 중국인 3명과 한국인 13명은 칭다오에 사무실을 두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주로 검사나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피해자 68명에게서 27억원을 뜯어낸 혐의(범죄단체조직죄, 사기 등)를 받는다.
이번 수사는 지난 4월 영등포경찰서에 1억2000만원 상당의 사기 피해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한국에 있던 조직원 3명을 지난달 차례로 검거하고 이 중 2명을 구속했다. 구속된 조직원 김모(29)씨는 부상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잠시 귀국했다가 공항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지난 6월 “탈퇴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가 A씨를 비롯한 조직원들에게 감금된 채 둔기로 수일간 폭행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입국하게 된 것도 아킬레스건 치료 때문이었다. 경찰은 김씨를 추궁한 끝에 총책과 근거지 등을 파악했다.
이후 경찰은 A씨 정보를 중국 공안에 제공하고 공조를 요청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달 24일 칭다오 사무실을 급습해 A씨 등 13명을 모두 붙잡았다. 경찰은 중국 현지에서 체포된 13명에 대해 중국 당국과 송환 절차를 논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원들이 송환되는 대로 범죄수익금 환수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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