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뒤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들이받아 뇌사 상태에 빠뜨린 신모(28)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일명 ‘조폭 또래모임’과 신씨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신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에서 피부 시술 명목으로 미다졸람·디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두 차례 투약했다. 그는 약에 취해 정상적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100m 정도를 운전하다 핸들과 가속페달을 잘못 조작해 인도로 돌진했다. 피해 여성은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중상해를 입었지만 신씨는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신씨는 사고 발생 직후인 오후 8시13분쯤 행인들이 달려와 피해 여성을 차량 밑에서 구출하려 할 때도 차량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무너진 건물 외벽 잔해물만 일부 치우다가 6분 뒤 차량에 깔린 피해자를 그대로 두고 사고현장을 이탈했다.
신씨는 “진료받은 성형외과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려 잠시 현장을 떠난 것”이라며 뺑소니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그의 결제 내역 조작 시도, 휴대전화 폐기 등 증거인멸 정황 자료를 확보했다. CCTV에는 피해자를 버려두고 사고현장을 빠져나와 병원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신씨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투약 관련 말을 맞추기 위해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임을 명백히 규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씨가 자신의 집에 1억원 넘는 현금을 보관 중인 사실을 파악하고, ‘또래모임’ ‘MZ조폭’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폭력 범죄와의 관련성도 수사하고 있다. 신씨가 20, 30대 비슷한 나이대의 조폭 모임에서 어울리며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 불법 사업을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