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3년이 넘도록 젠투파트너스 펀드(젠투 펀드)의 환매 중단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7월 환매 중단된 젠투 펀드는 투자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돈만 1조원이 넘는다. 비슷한 시기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은 금융감독원의 재검사로 위법 행위가 새롭게 드러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6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사고가 난 지 3년이 지난 젠투 펀드의 명확한 환매 중단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젠투 펀드는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한 채권형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또는 신탁 형태로 팔린 상품이다.
펀드 환매 중단 직후 금감원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에 국제 공조를 요청하며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실적인 문제로 (조사에) 진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젠투파트너스는 한국인 신기영 대표가 2008년 설립한 운용사다. 다만 사무실은 홍콩에 있다. 펀드 등록은 조세피난처인 영국 왕실령 저지섬에 돼 있어 당국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환매 연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다. 젠투파트너스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채권 가격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더 큰 손실을 입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환매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젠투파트너스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를 운용했다. 2020년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채권 가격이 급락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달라진 지금까지도 환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환매 중단 원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판매사도 환매중단의 뚜렷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매가 중단된 규모는 신한증권이 약 42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삼성증권(1451억원) 우리은행(347억원) 하나은행(301억원) 한국투자증권(178억원) 등의 순이다. 한투증권의 경우 2021년 100% 보상을 결정해 투자자들에게 자체 자금으로 투자금을 돌려줬다.
신한증권은 젠투파트너스 환매 중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젠투파트너스가 등록된 영국 왕실령 저지섬의 왕립 재판소(저지 법원)에 펀드 청산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0일 저지 법원은 젠투파트너스가 제기한 ‘펀드 청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신한증권이 항소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소송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신한증권은 젠투펀드 투자자를 상대로 사적 화해를 결정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 비율 산정 기준을 적용해 환매 중단 금액의 40~80%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증권은 2021년에도 젠투펀드 투자자들에게 가지급금으로 투자금 40%를 지급한 바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자금이 묶여있던 시간 등을 고려해 투자금 전부를 돌려받고자 하는 분위기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