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전부 말뿐이었던 LH ‘해체 수준 혁신’… 이번엔 달라야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터지자 당시 정부와 LH는 “해체 수준의 혁신”을 약속했다. 대대적 조직 개편, 20% 이상 인력 감축, 전관예우 근절, 투기 방지 시스템 구축, 방만 경영 개선 등이었다. 이 중 지켜진 건 거의 없다. 조직 개편은 수평 분리, 수직 분리 등 세 안을 놓고 미적대다 없던 일이 돼버렸고, 인력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관예우는 근절은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며 ‘엘피아(LH+마피아)’란 조어와 ‘순살 아파트’ 파문을 낳았다. 최근 철근 누락 사실이 드러난 LH 아파트 단지 20곳은 LH 퇴직자를 채용한 전관업체들이 설계 감리 등 용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경영은 여전히 방만했다. 지난 5년간 LH 임직원이 쓴 법인카드 내역을 보니 2000억원이 넘었는데, 휴일에도 6000건 이상 결재돼 있었다.

이렇게 말뿐이었던 혁신안 가운데 그나마 성과라 할 만한 것은 국회에서 법을 바꿔 제도화한 투기 방지책이 유일했다. LH 임직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업무와 관련된 부동산의 매매를 신고하게 하고, 국토교통부가 이들의 부동산 거래를 매년 조사토록 했다.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5일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했더니, 지난 2년간 부동산 매매를 신고한 임직원은 한 명도 없었는데, 국토부 조사에선 ‘미공개 정보 이용 투기 의심’ 감사 의뢰 2건, ‘미공개 정보 및 업무상 비밀 이용’ 수사 의뢰 2건이 나왔다고 한다. 신고 의무를 외면한 채 불법 투기성 거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산 등록도 그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취지와 달리 ‘그들만의 재산 심사’가 됐다.

해체 수준일 거라던 LH 혁신안은 이처럼 2년 만에 한 점 남김없이 휴지조각이 됐다. 자정을 기대할 수 없는 조직이다. 외부의 힘에 의한 고강도 수술이 절실하며, 이번엔 결코 흐지부지돼선 안 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