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경청해야 할 교사 목소리… 그래도 교육 멈추는 일은 없어야

“교육활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 현실 되도록
교권회복 입법·후속조치 서두르길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0902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많은 교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에 전국의 교사 20만명이 모였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선생님들은 뙤약볕 아래 길바닥에 앉아 “교육활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회부터 여의도역까지 1㎞ 구간이 인파로 가득한 풍경과 그들이 전부 이런 집회와 거리가 멀었던 교사들이란 점은 무척 생소했는데, 가장 비현실적인 대목은 바로 저 구호였다. 교육활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구호가 되기엔 너무나 당연한 문장을 저렇게 많은 이들이 외쳐야 했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그 자체로 웅변했다. 5000명으로 시작한 교사 집회가 폭염과 폭우 속에서 7주 만에 20만명이 됐다. 전체 교사의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거리로 나선 현실은 서이초 젊은 교사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문제를 바로잡는 노력이 미덥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저들의 목소리를 우리는 경청해야 한다.

여야와 정부·교육감의 4자 협의체가 지난 1일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교권 회복 4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다행스럽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행위로 보지 않도록 명문화하는 조항 등이 반영됐다. 이미 교육위 소위를 통과했고, 교원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받지 않게 하는 별도의 개정안과 함께 2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교권 침해 행위의 학생부 기재 문제 등 세부적인 몇 가지가 남았지만, 교권 회복 입법의 큰 줄기는 곧 현실화하게 된다. 국회는 차질 없이 이를 통과시켜야 하고, 교육 당국은 현장에서 신속히 적용되도록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노력보다 발단이 된 사건의 진상 규명이 오히려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은 의아스럽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조사 중인 경찰은 50일이 다 되도록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다른 초등 교사 두 명이 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죽음의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 쉽지 않은 사건이 더해졌다. 의문이 의혹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비극의 원인을 조속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지난 주말 집회에서 놀라웠던 다른 하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시종일관 질서정연했다는 점이다. 내세우는 주장만큼이나 그것을 관철하는 방식도 합리적일 거라는 인상을 줬다. 일부 교사들이 오늘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육 당국은 ‘징계’를 거론했다. 집단 연가 사태를 막으려는 당국의 거친 표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교육이 멈춰선 안 된다”는 호소에 수긍해 학교와 아이들 곁을 많은 교사들이 지켜줬으면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