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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진영 갈등 조짐, 우려스럽다

개혁안 관련된 두 주장
재정 안정 vs 소득 보장
이분법적 사안 아니다


정부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1일 국민연금 개혁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보험료율을 높여 ‘더 많이’ 내고, 수급개시 연령을 늦춰 ‘더 늦게’ 받고, 기금운용 수익률을 제고해서, 현행대로면 2055년 소진될 국민연금 적립기금을 최장 2093년까지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달갑지 않은 상황은 인구구조 급변이 부른 불가피한 현실이다. 늘어나는 수명과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감당하면서 미래세대가 떠안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고통 분담의 개혁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의 미온적 대응 탓에 이미 늦었고,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위원회는 모두 18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12%, 15%, 18%까지 올리는 안, 수급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안, 기금운용 수익률을 0.5% 포인트, 1% 포인트 높이는 안을 조합했다. 예를 들어 보험료율 15%, 수급연령 68세, 수익률 제고 1% 포인트일 경우 2093년까지 기금이 유지된다는 식이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시나리오별 기금 소진 시점만 명시한 것은 국민연금 개혁 작업의 민감하고 지난한 측면을 엿보게 한다. 이를 토대로 다음 달 국회에 최종안을 제시할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정부는 비겁했다. 네 가지 방안을 우선순위 없이 병렬적으로 국회에 던지며 알아서 판단하라 했고, 이는 국민연금 개혁 의지가 없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개혁이 좌초하는 이유가 됐다. 그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시하는 방안엔 반드시 ‘의지’가 실려야 한다.

위원회 보고서는 소득대체율 논의가 빠져 ‘반쪽’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40%에 불과한 국민연금 소득보장 수준을 50%로 높이는 방안을 주장하던 위원들이 공청회 하루 전 돌연 사퇴했다. 지난해부터 21차례나 회의를 했지만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온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은 공청회 맞불 집회를 열고 위원회를 규탄했다. 이런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의 노후가 걸린 국민연금마저 보수와 진보의 진영 갈등에 왜곡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지려 하며, 그런 일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정부는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불가능하지 않다. 이날 제시된 여러 시나리오에 창의적 발상을 더한 결과물이 그것을 기다리는 국민에게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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