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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황스러운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기 위해 천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민주주의 파괴를 막겠다며 국회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그는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지 못했다”며 단식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사죄,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와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국정 쇄신과 개각 등 3개 항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열흘간 단식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단식 투쟁은 뜬금없다. 단식은 정치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투쟁 방식이자 최후의 수단이다. 이 대표가 내세운 단식 명분이 여기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이념 발언’이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야당 대표에게는 단식 투쟁 말고도 비판할 수단이 많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문제 역시 야당은 이미 충분히 투쟁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이 과도한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형편이다. 전임 문재인정부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명시적 반대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야당 대표가 단식으로 국정 쇄신과 개각을 요구하는 것도 이상한 풍경이다. 단식 명분이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여권에서 “개인 비리 수사에 단식으로 맞서는 것”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관심을 돌리기 위한 단식”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야당 정치인의 단식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민당 총재이던 90년 지방자치제 시행과 내각제 개헌 포기 등을 요구하며 13일간 단식을 했다. 두 정치인의 단식은 87년 민주화와 지방자치제 실시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최근 야당 대표의 단식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9년 지소미아 파기 철회 등 3개 항을 요구하며 8일간 단식 투쟁을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황제 단식, 갑질 단식”이라며 비난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오염수 방류 반대 단식을 벌이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찾아 “오염수뿐 아니라 싸울 일이 많지 않나”라며 단식 중단을 권유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단식을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 민주당이 위기 상황이다. 김남국 의원 사태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같은 도덕적 위기, 친명과 비명계로 갈라진 당내 갈등, 강경 지지자 중심의 진영 정치 등 난제가 많다. 이 대표는 단식 투쟁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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