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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생태적 여행 십계명

우성규 종교부 차장


“하나, 집을 떠나라. 둘, 혼자 가라. 셋, 가볍게 여행하라. 넷, 지도를 가져가라. 다섯, 육로로 가라. 여섯, 국경을 걸어서 넘어라. 일곱, 일기를 써라. 여덟, 지금 있는 곳과 아무 관계가 없는 소설을 읽어라. 아홉, 굳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야 한다면 되도록 사용하지 마라. 열, 친구를 사귀어라.”

‘유라시아 횡단 기행’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중국 기행’ ‘아프리카 방랑’ 등을 저술한 여행문학의 대가 폴 서루의 열 가지 조언이다. 서루의 저작 ‘여행자의 책’의 맨 끝 ‘당신만의 여행을 위하여’ 챕터에 수록돼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나 50년간 세계를 여행하고 40년간 여행에 관한 글을 써온 서루의 경험이 농축돼 있다. 혼자 걸어서 가볍게 여행하며 일기를 쓰고 휴대전화는 놔둔 채 친구를 사귀라는 주문이 인상적이다.

여행의 계절이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6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하반기 해외 휴가 여행이 예정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35%를 기록했다. 국내 여행이 평균 3.9일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고 7~8월에 집중되는 데 반해, 해외여행은 평균 7.0일 동안 이어지며 복수응답을 포함해 7~8월(40%)보다 9~10월(41%)에 더 많이 갈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동남아시아로 역시 복수응답 기준 47%를 기록했고, 일본(37%) 유럽(15%)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 9%) 미주(9%) 순이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는 여행은 크리스천들에게 영적 각성의 계기가 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한국교회환경연구소·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는 최근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보는 생태적 여행을 위한 십계명’을 발표했다. 제1~3계명은 ‘창조세계와 깊이 만난다’ ‘탄소발자국을 줄인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한다’ 등이다. 여행의 순간마다 창조세계의 신비를 느끼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며 물과 토양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제4~7계명은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다’ ‘현지의 문화를 존중한다’ ‘현지인과 상호적 관계를 맺는다’ ‘현지 사회의 건강성에 기여한다’ 순이다. 오병이어 기적 이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남은 부스러기를 다 모으고, 조금도 버리지 말아라”(요 6:12, 새번역)고 말씀하셨다. 사도 바울은 “아무도 자기의 유익을 추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추구하십시오”(고전 10:24, 새번역)라고 권면했고, 제자 베드로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며, 믿음의 식구들을 사랑하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왕을 공경하십시오”(벧전 2:17, 새번역)라고 당부했다. 여행하는 이웃 나라의 자연환경과 현지 주민들을 지극히 존중하고 배려하라는 말씀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8~10계명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한다’ ‘훼손된 생태계 복원에 참여한다’로 마무리된다. 여행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등 복원 프로그램에 참여하자는 취지다.

생태적 여행 십계명은 기환연 소속 크리스천들이 올여름 몽골 은총의 숲 생태 기행을 다녀오며 논의한 내용이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를 막기 위해 한반도 서쪽 미세먼지의 발원지인 몽골 아르갈란트 지역에 나무를 심어 숲으로 가꾸고 있다.

폐기물 대신 나무를 심고 돌아오는 이들의 생태 여행 자체가 이웃 국가 일본인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아시아 전체를 상대로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는 전쟁과 식민 지배를 일삼고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솔한 반성 없이 오히려 이웃 나라와 공유하는 바다에 방사성 물질이 녹아든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의 각성을 거듭 촉구한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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