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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기후변화와 인간 본성

최영진 전 주미대사


기후변화는 팬데믹, 인구급증,
빈부격차와 함께 4대 지구적
문제… 욕망을 컨트롤 못하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것

이는 한도 없이 재산과 권력을
축적하게 만드는 인간 본성에
대한 문제와 부딪치고 있어

해결 못하면 성장 위주의 법률
제도 등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게 된다

8월이 가고 이제 9월 가을로 접어든다. 2023년 여름, 우리 모두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나라에도 무더위와 태풍이 역대급 재난을 몰고 왔다. 하와이의 산불 기습, 베이징 근처의 태풍이 몰고 온 물난리, 인도·유럽과 미국의 물난리와 가뭄 등은 규모가 아주 컸다. 이들은 세상이 끝나는, 기존의 “역대급 재난”이 아닌 “종말급 재앙”이라고 표현됐다. 문제는 이런 재앙이 이제 시작이라는 데 있다. 한·미·일 3국 정상도 8·19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서 ‘기후변화’와 ‘전 지구적 이슈와 불안전 요인’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기후변화는 팬데믹, 인구 급증, 빈부격차와 함께 4대 지구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연계돼 있다. 기후변화와 인구 급증은 팬데믹의 직접적 원인이다. 온대지역이 열대화되고 있고, 추운 지역이 온대지역화되고 있다. 그러면 박쥐를 비롯한 숙주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인구 급증과 함께 팬데믹을 일으키는 데 기여한다. 코로나 사태도 많은 학자가 중국 운남성 지역의 온난화로 수백종의 박쥐 종류들이 새로이 서식하게 된 데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구 급증은 아프리카, 아랍권, 중남미에서 일어나고 있다. 먹는 물 문제 해결 등으로 후진국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한 세대 만에 인구가 두 배가 된다. 현재 일본과 나이지리아는 1억3000만명 정도다. 2050년이 되면 일본은 1억명으로 인구가 줄지만, 나이지리아는 3억명의 인구를 예상한다. 지구에는 97억명의 인구가 살게 된다. 이들 후진국 사람은 앞으로 물과 식량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이들은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중해와 멕시코 국경을 뚫고 필사적으로 유럽과 미국으로 가려고 노력한다. 유럽과 미국은 필사적으로 이들을 막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빈부격차는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내에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부 경고에 의하면 2050년 쯤 되면 빈부격차로 미국과 영국 등은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포기해야 할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빈부격차는 국제적으로도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72억명의 인구 중에서 최대 부자인 8명이 36억명의 소득이 적은 사람들을 다 합친 것보다 재산이 많다. 서양의 성장 위주 정책은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인류학자 중에 리처드 리키는 “진화학적 차원에서 보면, 언젠가는 인류가 사라질 것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피할 길은 없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인가 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지구적 문제는 진화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의 지능은 성공적인 종족 번성과 함께 자멸의 방법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욕망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 탐욕이 있다. 인간 본능은 인간으로 하여금 한도 없이 계속 재산과 권력을 축적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다른 어떤 동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뿐이다. 결국 우리는 지구적 문제를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문제와 부딪치고 있다.

서양 특히 미국에서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가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23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토론이 있었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참석자 8명 중 7명이 인간은 책임이 없다고 대답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시절에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았고, 파리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켰다. 지금 민주당 정권에서 다시 가입하기는 했지만 지구적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내년 선거에서 이기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가 계속되면 지금까지 서양이 주도해온 성장 위주 지향의 법률, 제도, 모델 등은 한꺼번에 무너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신(神)들이 사용하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줬다.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쇠사슬에 묶고, 매일 밤 재생되는 간을 독수리에게 먹이는 형벌을 내렸다. 불은 인간 문명의 발원지이고 끝내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욕망은 문명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쉽게 탐욕으로 변한다. 탐욕은 산업혁명을 통해 기후변화와 같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그리스 신화는 욕망과 탐욕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원초적 경고를 담고 있다. 도덕경에도 자연과 인간 관계에 대한 유사한 구절이 있다. “자연은 인자하지 않다. 만물을 쓰고 나면 버릴 뿐이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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