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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기국회 ‘정쟁 출정식’ 같았던 여야 연찬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28일 강원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대표가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8일 나란히 1박2일 연찬회와 워크숍을 시작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길게는 내년 총선을 대비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다. 각 당의 국회의원과 의사결정 라인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했고,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취임 1주년과 맞물려 한층 세밀히 준비했다고 한다. 연례행사지만,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건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했다. 지금부터 내년 총선까지 7개월 남짓은 한국 정치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변곡점이 될 시간이다. 세계 질서가 급변하고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껏 높아져 있다. 당장 민생의 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미래의 국가안보와 국가경제를 설계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집단지성이 발휘될 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양당의 모임은 미래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은커녕 큰 싸움을 앞둔 두 진영의 출정식에 가까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연찬회 연설은 ‘민주당을 이기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가 민주당보다 도덕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속적으로 도덕성을 강화해야 내년 총선 승리의 기반이 마련된다”고 했다. 덧붙여 당의 화합, 민생 해결 능력, 새 인물 등용을 총선 승리 조건으로 꼽은 그의 웅변에서 국가적 비전은 좀체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층 날카로웠다. “민생이 그야말로 도탄에 빠졌다. 국가 운영의 기본적인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 그의 연설은 앞선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병대, 오염수, 이동관, 예산안 문제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정부를 공격하던 발언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대화와 타협의 주문이 사라진 자리에 “내년 총선에서의 국회 교체”(김기현 대표)와 “민주당만의 비전을 보여주는 지혜”(이재명 대표)를 외치는 목소리만 크게 울렸다.

올해 들어 발생한 수많은 입법 이슈가 거의 해결되지 않은 채 정기국회에 넘어와 있고, 말로만 외쳐온 민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미래가 걸린 안보와 경제의 핵심 사안마다 국론이 극명하게 양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같이 배설하듯 쏟아내던 정쟁의 어휘가 여야의 연중 최대 행사마저 점령한 모습은 비극적이다. 국민은 그들에게 정치를 기대하며 권한을 줬는데, 그들은 내년 총선의 한바탕 싸움을 준비하는 데 매몰돼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지금 매우 중대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식의 정치로는 닥쳐올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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